안녕하세요 아더입니다. 안아키라고 아시나요? 2013년 개설된 이 네이버 카페는 한때 회원수가 6만여명에 육박할 만큼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30년 넘게 대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가 운영하는 이른바 자연주의 육아 카페였죠. 안아키 뜻은 약 안 쓰고 아기 키우기입니다. 다만, 이 카페는 폐쇄됐고 이제는 같은 운영진(아마도요)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아이 키우기란 이름으로 카페를 운영 중입니다. 여기도 회원수가 6000명이 넘어요.

 

안아키의 자연주의 육아는 큰 틀에서 약을 되도록 쓰지 않는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자는 겁니다. 병원의 약물 수술 등 치료가 아닌 가정에서 민간요법으로 아토피, 화상, 수두 등등 어릴 때 앓는 병을 예방 관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한의사는 스스로 이런 육아를 병원을 가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치료한다고 해 가정관리학이라고 부릅니다. 약을 안 써도 되는 증상인데 굳이 병원에서 돈을 들이고, 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거죠.

 

 

출처 네이버 카페 

 

근데 이런 가정관리학을 들여다보면 보기만해도 위험하게 보입니다. 화상을 입은 아이에게 37도 물로 온수욕을 하는 게 좋다고 하고, 항생제 부작용이 있는 아이에게는 숯가루를 먹이라고 조언합니다. 백신은 맞은 뒤 부작용이 나타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안 맞히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고도 말하죠.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을 유발하는 행위라는 설명입니다. 한의사가 양방을 전공하는 의사의 영역인 예방접종이나 약물치료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그는 학자로서 의료인으로서 양심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현대 의학은 흔히 근거 중심 의학이라 합니다. 이론이 실험을 거쳐 근거를 얻으려면 몇 가지 기준을 통과해야 하죠. 첫째 누가 실험해도 결과가 같아야 하고, 둘째 반복해도 결과가 같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결과가 많은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야 하죠. 최근에 개 구충제 펜벤다졸로 폐암을 치료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요, 사람들이 이 이론이 근거가 있는지 실험으로 확인해달라고 정부에게 건의했습니다. 그러자 정부 기관인 국립암센터가 해볼까?”해서 나섰다가 그냥 돌아섰죠. 바로 이런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관계자가 인터뷰에서 "근거나 자료가 너무 없어서 (실험을) 안 하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고압적인 자세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만큼 의사들이 근거를 신뢰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안아키 민간요법은 물론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관적으로도 이런 근거 중심 의학과 안아키의 방식은 다소 거리가 멀죠. 근거를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연구 내용(그러니까 안아키에서는 자연주의 육아겠죠)를 논문 등으로 발표하는 건데 이들 방법은 아직 학계에선 듣보잡입니다. 아직 약물이나 수술로도 치료할 수 없는 아토피 같은 난치병도 있어서, 이를 관리하려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병원에서는 일부 책임 소지라도 따져볼 수 있는데 안아키 식 치료로는 이 책임을 아이의 보호자가 스스로 져야 합니다.

 

아이들 사망률 변화 자료입니다. 출처 보건복지부

 

지금 어른들은 우리 어릴 때는 병원에 안 가고 집에서 치료만 해도 건강하게 잘 컸어하실 수 있습니다. 근데, 통계적으로도 어린 아이 영아 소아 사망률은 꾸준히 줄었고 지금은 정말 유전병, 조산 등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생존하는 시대입니다. 근거 중심 의학이 효과적이란 방증이 아닐까 하네요. 

 

최근 안아키 한의사는 보건복지부로부터 한의사 면허를 취소당했습니다. 사실 이런 치료법을 설명하면서 카페를 통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소화제, 비누 등을 팔았는데 이게 깨끗하고 안전한 시설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재판이 진행됐고, 대법원에서 벌금과 징역형을 선고 받았거든요. 선택은 개인의 몫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 명의 의사가 추천하는 치료법보다 수천, 수 만 명의 의사가 동일하게 추천하는 치료법을 아이에게 먼저 시도해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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