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당퐁당 휴일이었지만 이번 개천절은 쉬는 날이 없는 주간만큼이나 피곤했어요. 일이 몰려서 그런가,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일주일에 세 번은 쉬는데 영화 한 편은 봐야지 하는 마음에 야심 차게 토요일인 주말, 조조로 영화 조커를 보았습니다. 조커에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러닝타임은 2시간 3분입니다.

 

영화관은 5호선 굽은다리역에 연결된 천호 CGV 3관이었습니다. 8시 시작이었는데 자리가 대부분 꽉 찼더군요. 천호 CGV는 참 자주 오는 영화관인데, 저는 시야 가득 화면이 들어오는 게 좋아서 E열 아니면 F열을 애용합니다. 조커는 E열에서 보았어요. 사진은 시선 높이에서 그대로 찍은 건데 풀샷으로 들어오는 게 영화 보는 맛이 더 나더라고요 ㅎ

 

영화 조커는 베트맨의 영원한 숙적 조커의 탄생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예고편에서 보듯 그가 왜 조커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표현한 영화인데요, 원작에서는 독극물에 빠져 머리부터 뇌까지 돌변했다는 식으로 설명하지만 이번에 개봉한 조커는 각색을 통해 보다 '현실'에 초점을 맞춰 이유를 제시합니다.

시점은 1980년대 가상의 도시인 고담시. 실패한 스탠드 업 코미디언인 아서 플랙은 어릴적 뇌손상으로 망상과 현실을 오가면서 혼란스러운 삶을 살죠. 울고 싶은 순간마다 오히려 발작적인 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가 '카오스'입니다. 홀어머니가 그를 '해피'라 부르며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지만, 그가 가지고 태어난 모든 것은 그를 행복과 거리가 먼 인물이 될 수밖에 없게 만들죠. 이번 영화에서는 한번도 나오질 않았지만, 앞선 영화에서 베트맨을 조롱하는 조커의 시그니처 대사였던 “왜 그리 심각해(Why so serious)?”도, 영화를 보고 나니 실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인 호아킨 피닉스는 아서 역을 연기하기 위해  하루 사과 한 알만 먹으며 23kg을 감량했다고 합니다. 그의 열연과 감각적인 연출에 힘입어 영화는 제76회 베네치아 영화제에 대상 격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죠. 사실, 영화제 수상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영화 조커는 상업 영화라기보다 예술 영화에 가깝습니다. 대규모 전투씬도 없고, 그래서 히어로물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영화의 묵직함은 미국에서 모방 범죄를 걱정할 정도로 정말 사실적이고 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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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난 다음 대게 "이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아서 플랙의 망상이야?"란 질문을 하게 될 겁니다.ㅎ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감독은 이에 대해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며 언급을 피했다고 하죠. 어쨌든 조커는 이후 베트맨의 숙적이 된 만큼 영화의 모든 내용이 망상 일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정확히 망상이라고 판명난 부분은 그의 '연애' 외에는 없죠. 하지만, 이 연애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상황 혹은 대상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저는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그나마 좋은 것이라고 나온 그 하나가 가짜였다니 하고 말이죠. 조커가 세상이 만들어낸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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