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코로나19 환자 분류 체계의 기준이 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지침(중증환자용)에 대해 다뤘습니다. 어떤 환자를 경증으로, 어떤 환자를 중증으로 볼 것인지 그 기준이 담긴 지침입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한감염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등 내로라하는 의료 단체가 참여해 만들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걱정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체온보다 중요한 ‘이것’ 새롭게 적용되는 신종 코로나 중증도 기준 (클릭)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의료 지침에 버젓이 실린 오타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중환자의학회의 지침 중 핵심은 생체징후(vital sign)를 기반으로 하는 조기경고점수(early warning score, EWS)입니다. 발열 여부를 비롯해 혈압, 맥박 등 바이탈 사인을 토대로 점수를 매기고 응급 처치가 필요한 환자인지 아닌지 평가하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지침(중증환자용), 출처 보건복지부 

 

그런데 이 때 가장 중요한 EWS, 조기경고점수 속에 오타가 있습니다. 빨간색 칸의 정상 범위가장 위에 산소포화도 부분입니다. 이 표는 영국에서 사용 중인 National EWS(NEWS), 지침에서 코로나19 폐렴 환자의 중증도 평가에 활용할 수 있다 하는 기준입니다. 근데 이상하죠? 점수가 높을수록 중증도가 높은 건데, 90대로 가다가 뜬금없이 30이 정상이라고 합니다. 산소포화도는 적혈구(헤모글로빈)가 혈액 내 산소와 얼마나 결합했는지를 따지는 수치입니다. 높을수록 건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표처럼 30이면 사람이 살 수 없는 수준입니다(정확히는 96 이상이 정상입니다). 죽을 정도 수치를 정상이라 한 겁니다. 심지어, NEWS는 영국에서 쓰는 기준이라 구글에 검색해 숫자만 옮겨 적으면 되는데,,, 그런 기초적인 부분에서마저 오류를 범한 겁니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봤습니다. 환자 분류 기준을 만드는 이유는 중증도가 높아 치료가 시급한 환자는 병원에서 치료받게 하고, 나머지 경증 환자는 생활치료센터 등 격리시설에서 한데 모아 대부분 경과를 지켜보며 관리하겠다는 뜻입니다. 병원이나 병실이 한정된 만큼 선택과 집중은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경증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진짜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병원 밖에서 죽는 사고는 이미 많았고,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하기에 이런 지침을 만들게 된 겁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지침(중증환자용) 출처 보건복지부 

 

그런데 말입니다. 질본에서 설명하는 중증 환자와 대응지침 상 중증 환자가 많이 다릅니다. 중대본이 브리핑에서 항상 하는 얘기가확진자 중 고위험군은 65세 또는 50세 이상의 이런 성인층과 또 기저질환이 있는 두 가지를 다 가지고 계시는 분에서의 치명률이 높기 때문에, 이분들을 우선적으로 중증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EWS에서는 이런 점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습니다. 점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되 “65세 이상의 고령 및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는 악화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라고만 합니다. 한글 파일이라 Ctrl+F 눌러서 65세, 고령 등등 키워드 검색을 했는데 이런 내용이 포함된 부분은 이 한 줄 뿐이었습니다. 

 

한 일간지 보도를 보면, 지난 2015년 메르스 MERS 사태가 터지고 방역당국 공무원들에게는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합니다. 미리 선제적인 대처를 했다가 무더기 징계를 받았던 것을 메르스 트라우마라고 한다나요(https://news.joins.com/article/23719336). 중증 환자 분류는 지금 당면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입니다. 확진자를 돌보는 최전선의 의사, 간호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침이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지침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마저 오타를 낸 의료 단체나, 그걸 모르고 넘어간 데다 홈페이지에 게시까지 한 보건복지부나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실제 지금까지 사망자들이 대게 고령이면서 뇌졸중, , 파킨슨병 같은 기저질환이 있었다면 질병관리본부나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이런 환자에는 따로 점수를 매기도록 했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설령 의료 단체들이 거부해도 한국인의 임상 특성이 그러하다면 이를 환자 분류 점수에 반영했어야 했습니다.

 

만약 바이탈 사인은 다 정상인데 기저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80세 이상이면 어떻게 합니까? 4점 이하는 경증으로 보는데, 4점인데다 암 환자면 중증 환자입니까 아닙니까? 그걸 현장 의료진이나 의료 공무원들이 판단해 대처한다면 정부가 이를 책임져주는 건가요? 이대로라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아무도 결정하지 않는 임상과 거리가 먼 지침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눈치만 보면서 실제 환자를 놓고도 망설이게 될 게 뻔합니다.

 

“65세 이상의 고령 및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는 악화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

이 한 문장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경증에서 중증으로 바뀌어 적확한 처치를 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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