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방식은 총 3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유전자 검사법(분자진단법), 다음은 항체검사법(면역글로불린 검사), 마지막은 항원검사법(배양법)입니다. 배양법은 실제 혈액에 있는 바이러스를 키워서 감염 유무를 판단하는 방식입니다. 위험도가 높아서 백신, 치료제 개발 등 연구 목적으로는 잘 맞지만 진단에서는 활용 폭이 좁습니다.
유전자 검사는 이름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만 있는 특수한 유전자를 분석해 바이러스의 존재 자체를 확인하는 직접적인 검사 방식입니다. 항체검사법은 혈액 내 항체를 토대로 바이러스 감염 유무를 확인하는 간접적인 검사 방식입니다. 우리 몸은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체(항원)이 침투하면 이에 맞서 싸울 면역세포(항체)를 만듭니다. 이런 항체를 면역글로불린이라 하고 IgG, IgA, IgM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이들 항체의 종류, 숫자 등을 분석해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죠.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유전자 분석의 장점은 정확도가 매우 높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만 있는 유전자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최초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이었던 환자가 양성으로 판정이 번복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이러스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양이 적은 상태에서 최초 검사를 했다가 시간이 지나 양이 늘어난 뒤 추가 검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현재도 완치 판정을 내릴 때는 24시간 동안 두 번 검사 모두 ‘음성’을 보여야 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거듭된 검사로 정확도를 더 높이는 것이죠.
문제는 시간입니다. 우리나라의 유전자 검사법은 리얼타임 RT-PCR인데, 실시간(리얼타임)으로 RT-PCR을 통해 유전자를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은 유전자 증폭을 말합니다. 유전자를 많이 늘려서 유전자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죠. 아무리 속도를 내도 생물체 유전정보(RNA)가 늘어나려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진단키트는 이를 6시간으로 엄청나게 단축했고, 그 결과 지금처럼 단시간에 많은 의심 환자를 검사할 수 있게 됐지만 역시나 시간이 짧은 편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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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검사법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입니다. 항체가 들어있는 진단키트에 침이나 콧물 등을 넣으면, 이곳에 포함된 바이러스와 진단 키트 내 항체가 반응해 10~20분이면 검사가 완료됩니다. 문제는 항체검사법이 유전자 검사법에 비해 음성인데 양성이 나오거나, 양성인데 음성이 나오는 위양성률과 위음성률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항체는 면역 세포인데, 면역세포는 어떤 병원체가 들어오든 만들어지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늘어났는지, 다른 세균이나 바이러스 때문에 늘어났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또, 항체는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온 뒤 얼마간 시간이 지나야 만들어지기 때문에 초기에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실제 유전자 검사 정확도(민감도, 특이도)가 95~99%에 육박하는 반면, 면역글로불린을 검사하는 방식은 정확도가 85% 정도로 10% 이상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 WHO나 미국 FDA, 우리나라 식약처가 면역글로불린 검사(항체검사법)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겁니다.
하지만, 항체검사법도 중국에서는 쓰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우한을 중심으로 환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유전자 검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항체 검사법을 부분적으로나 보조적으로 쓰인바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이를 토대로 확진 여부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항체검사법으로 ‘양성’이 나와도 결국 유전자 검사를 반복해야만 합니다.
그래도 항체검사법에 정확도를 담보할 수 있으면 이것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어떤 항체가, 어떤 식으로 증가하는 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특징인지 확인되면(즉 정확하다는 특징이 무엇인지 파악되면) 빠르고 저렴한 항체검사법이 유전자 검사법 대신 안 쓰일 이유가 없겠죠. 그래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 등 여러 나라의 업체가 항체 검사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항체검사법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뤄지는 듯 보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진단키트가 미국에서 쓰기에 적절하지 않고, 응급용으로 사용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미국 공화당의 마크 그린 의원이 미국 FDA의 서면 답변을 인용해 말한바 있습니다. 여기서 거론된 한국의 진단 키트는 유전자 검사가 아닌, 항체검사법(면역글로불린)인에요. 아마 우리나라 모 업체가 한국에서도 승인 받지 않은 항체검사 진단키트를 FDA에 허가신청 했다가 이를 미국이 ‘한국의 진단키트’라 인식해 발생한 오해로 생각됩니다. 아무튼, 그 내용에 이어 그린 의원이 “한국 진단키트는 단일 면역글로불린(IG)만 사용하는데, 미국은 복수의 면역글로불린을 테스트 해 더 낫다”고 말하는데요, 이는 항체검사법이 미국에서도 연구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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