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더입니다. 주춤할 줄 알았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좀처럼 멈추질 않고 있죠. 오늘 10 3일을 기준으로 경기도 파주와 김포, 연천 인천시 강화까지 모두 13곳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명이 났습니다. 

햄버거병을 기억하시나요?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당시 4살 아이가 혈액으로 독성 세균이 퍼지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으로 신장이 망가지면서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었죠. 이때는 익히지 않은 소고기 패티가 원인으로 지목됐었습니다. 인간에게 의식주는 꼭 필요한 세 가지라고 하는데 항상 먹는 음식, 그것도 자주 접하는 돼지고기에 바이러스가 감염됐다고 하니 이게 옮는 병은 않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일단 아직은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된 돼지고기를 먹어도 인간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1920년대 발견됐어요. 그때부터 돼지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픽픽 쓰러졌는데, 지금보다 방역 시스템이 약했을 테니 어떤 식으로든 먹은 사람이 있었겠죠? 그런데 병이 확인된 다음 약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됐다는 보고가 없었습니다.

모든 감염병은 종 특이성이라는 게 있습니다. 생물 시간에 종속과목강문계외울 때 그 종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식물이 앓는 병을 동물이 앓지 않는 것처럼, 동물도 종에 따라 걸릴 수 있는 병이 따로 있는 겁니다.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 모든 병원체가 종 특이성을 갖고 있죠. 병을 일으키려면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이 세포에 기생해야 하는데 아예 들어가질 못하거나 들어가도 살지 못하는 겁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일으키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돼지의 세포에만 부착해 증식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감염되지 않아요. 근데 왜 이렇게 예방에 힘 쓰는 걸까요? 물론 다른 돼지로 퍼져 양돈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겠죠. 또 다른 이유는 바이러스가 변신의 귀재이기 때문입니다. 종 특이성이 있는 병원체도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언제든 다른 종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됩니다. 적응의 동물인 것처럼,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도 생명체라 살기 위해 언제든 그 종에 적응할 수 있는 겁니다.

종 특이성을 넘나드는 감염병을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부릅니다. 동물과 사람 모두 걸릴 수 있는 감염병이죠. , 동물이 퍼트리는 감염병입니다. 조류 인플루엔자, 흔히 메르스 MERS라 부르는 중동호흡기증후군, 광견병 걸린 개가 퍼트리는 공수병, 얼룩날개모기에 물릴 때 감염되는 말라리아, 그리고 익히지 않은 소고기 패티에서 전파되는 햄버거병 등등 종류가 무지 많습니다. 실제로 현재 감염병의 60%는 인수공통감염병입니다. 새롭게 나타나는 감염병의 75%도 인수공통감염병이죠.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수공통감염병은 아닙니다. 돼지에는 살아남을 수 있는데 사람에게선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아직까지만 아닐 뿐,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변종이 만들어지면 언제든 사람에게도 옮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자주 노출될수록 이럴 가능성이 크겠죠. 자신의 새로운 ‘서식처’ 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신할 테니까요. 그리고 이미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오랜 시간동안 돼지를 비롯해 맷돼지까지 여러 동물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돌연변이를 일으킨 상태입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처럼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에는 변종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바이러스 크기는 수십~수백 나노미터에 불과한데요 흔히 대기업처럼 큰 조직은 변화에 빨리 적응을 하지 못하고, 스타트업처럼 작은 조직은 변화에 빨리 적응해 아이디어 상품들을 많이 만든다고 하잖아요. 감염병도 비슷합니다. 세균 기생충보다 크기가 작은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도 큽니다. 즉, 자신이 살아남는 동시에 다른 생명체에 적응할 수 있는 돌연변이를 만들어낼 확률이 세균 기생충보다 더 높습니다.

바이러스는 갖고 있는 유전자에 따라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나뉩니다. 메르스·에이즈 바이러스(HIV) 등은 RNA 바이러스, DNA 바이러스는 천연두와 성병을 일으키는 허피스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RNA 바이러스가 더 치명적이게 느껴지실 텐데 맞습니다. RNA DNA 바이러스보다 구조가 불안정해서 돌연변이 가능성도 크고 독한 변종이 탄생할 위험도 큽니다. 다행히(?)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이고 아직 특이적인 변종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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