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덥다니요 ㅠㅠ 계속해서 보양식을 먹어야 할 것 같은 날씨입니다. 근데 보양식도 현대인에게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점 아시나요? 삼계탕, 보신탕, 장어구이 같은 전통적인 보양식은 고칼로리에 고단백, 고지방 음식입니다. 자주 먹으면 비만이나 고지혈증, 신장 간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너무 심한 가요^^;;). 아무튼 오늘날 보양식의 개념이 달라져야 하는 건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부분이에요~ 그리고 추어탕은 적당한 단백질과 풍부한 칼슘으로 전문가들이 권하는 '현대인 보양식' 중 하나랍니다. 


서울에서 여름 보양식 맛집으로 부를만한 곳을 꼽자면 저는 정동길에 있는 남도식당을 꼽습니다. 종로 광화문 일대에서 추어탕 먹으러 이곳까지 오는 사람이 꽤 많죠. 하지만 실제 모르는 사람에게는 간판조차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일반 가정집 정도 크기라 문도 작고 외관도 허름하고, 심지어 골목에 있어서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힌트는 정동극장. 바로 옆에 있으니 점심시간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곳을 찾으면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을 거예요. 


테이블은 단 2개뿐, 모두 좌식입니다. 실내도 가정집을 약간 개조한 형태로 그냥 상을 치우면 잠을 자도 될 정도입니다. 심지어 인테리어도 가족 사진을 걸어놓는 이곳... 집에서 먹는 것처럼 편안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걸까요.


추어탕 단일 메뉴라 따로 주문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원 수에 맞춰 자리에 앉으면 몇 분 지나지 않아 반찬을 내주시고, 5분정도 더 기다리면 추어탕이 나옵니다. 김치부터 오이와 시래기 무침은 한국인의 기억 속 어머니가 해주시는 맛과 비슷해요(이것도 인테리어 빨이 좀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소스도 다양한데요 고춧가루 후추 산초 매콤한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고추까지 테이블마다 세팅돼 있습니다. 

추어탕에 쓰는 미꾸라지, 반찬에 들어가는 고춧가루 등 음식 재료는 모두 국내산을 씁니다. 음식은 정성이라고, 시래기 하나하나 껍질을 뜯어낸 것을 보면 이곳의 음식 사랑과 자부심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솔직히, 이건 인테리어에 상관없이 집에서 직접 해먹은 추어탕과 비슷한 맛을 냅니다. 저랑 같이 먹은 울산 분이 그러셨어요!

 


시래기의 식감은 처음에는 아삭아삭했다가 조금만 씹으면 부드러운 게 롤로코스터를 탑니다. 미꾸라지는 잘 갈려서 약간의 씹는 맛을 내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에요. 국물에 밥을 넣어 말아먹으면 밥알에 쏙쏙 국물이 스며들어 더욱 고소합니다.

남도식당 어느 곳보다 충분히 음식 잘한다는 평가를 내릴만 한 곳입니다.  저녁 장사는 안 하세요. 그래서 점심이면 사람들로 항상 북적거립니다. 뙤약볕에 대기하지 않으려면 11시 30분까지는 오는 게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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