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근고기는 솔직히 좀 어려운 메뉴죠. 돼지고기는 두툼하게 먹을 때 그 풍미가 180도 달라지지만 제대로 굽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싼 게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근데 이를 극복한 희대의 맛집이 있으니 바로 광주 용봉동 돈사촌입니다. 밥집 술집 성지로 광주 대표 손맛들이 모인 용봉동에 가히 대표 맛집 중 한 곳으로 꼽을만합니다.
널찍한 실내에 테이블마다 최소 4개 이상 좌석이 있고 입구 바로 앞은 3~4대 주차가 가능합니다. 서울에서 3인분 600g에 5만 원을 주고 먹었던 근고기가 동일한 양에 더 좋은 퀄리티로 36000원이라니요. 1인분에 12000원, 제주산 돼지고기에 이 가격이면 정말 거저먹기란 생각입니다.
상추 깻잎 청양고추 마늘까지 기본으로 나오는 야채부터 푸짐합니다. 반찬으로 나오는 깻잎지와 상큼한 파절이, 그리고 무엇보다 엄청났던 전라도 묵은지인데요! 한 입 먹는 순간 손가락으로 북북 찢어 따뜻한 밥에 올려 한 숟갈 넘기고 싶은 맛이었습니다. 밥이며 고기며 가리지 않고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였어요. 이런 모든 메뉴가 셀프코너에서 무한리필로 먹을 수 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 엄청 오갔습니다. 묵직한 된장국은 잘 익힌 시래기 때문에 더욱 좋았고요.
돼지고기 두툽함. 근고기만의 매력. 두께가 확연히 두툼하죠? 다루기 까다로운 연탄불에 올리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기는 서빙하는 분들이 직접 테이블에서 굽고 썰어주시기 때문인데요, 손을 댈 일 없이 지켜보고, 맛보고 감탄하면 끝입니다. 솔솔 피어오르는 향이 침샘을 자극합니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면서 고기가 익어가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살코기와 지방이 적절하게 포함될 정도로 기가 막히게 고기를 손질합니다. 또 서빙하시는 분이 고기를 자를 때 살코기만 따로 잘라주셔서 비계를 싫어하는 사람을 배려해주시더군요 ㅎ 비계 못 먹는 분들도,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도 모두 충족시키는 구성입니다. 그걸 딱 알맞게 구워주는 솜씨는 더욱 굿굿이었죠!
제주 근고기의 단짝인 멜젓. 빠지면 섭섭합니다. 속에 청양고추와 마늘도 푸짐히 들어 씹는 맛까지 살립니다. 바다와 육지의 중매는 연탄불에 직화가 뜨겁게 담당합니다. 멜젖을 불 위에만 두면 아래쪽만 끓어 타곤 하는데 두루두루 열을 가해 촉촉함을 살린 작지만 큰 아이디어입니다. 보는 맛은 덤이고요
고기 한판을 금세 다 비워 추가로 한판을 더 시켰습니다. 앉은 테이블에서 구워주실 줄 알았는데, 가까운 테이블에 서빙하는 분들이 고기를 굽더니 이걸 직접 테이블로 내오시더라고요. 음식 즐기는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배려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두툼한 근고기에 잘 익은 파절이와 묵은지를 넣어 한가득 쌈으로 씹습니다. 잠들어있던 맛세포가 입에서부터 뇌를 때리는 게 "살 맛난다"는 말이 실감됩니다.
전라도 묵은지로 끓인 김치찌개도 안 먹어 볼 수 없죠. 비계는 무르지 않고 탄력적이고, 살코기와 두부는 퍽퍽하지 않습니다. 김치찌개 하나도 대충 끓여내지 않은 느낌입니다. 배부른데도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울 수밖에 없는 맛. 개인적으로 제주도에서 먹었던 근고기보다 이 집이 더 좋았습니다.
너무 장점만 죽 써놔서,,, 제 돈 주고 제가 먹은 후기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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