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는 대부분 시민이 냉면이라곤 고깃집 후식 냉면만 즐기던(저 포함해서) '냉면 불모지’였습니다. 싱거운 맛에 평양냉면은 눈 밖에 나기 일쑤였죠. 그런데 작년부터 무진옥과 더불어 평양냉면을 취급하는 광주옥1947이 문을 열어 가족과 함께 찾아봤습니다.
광주옥 뒤에 붙은 1947은 광주광역시에 처음 생긴 이북 음식점 광주관을 잇겠다는 의미에서 붙였다고 합니다. 외관부터 깔끔했고, 실내는 모두 테이블이라 다리 아픈 어르신들도 앉기에 편했어요. 단체 좌석은 가장 안쪽 테이블을 붙여서 만들어주십니다. 두 번 가봤는데 모두요.
어복쟁반과 바짝불고기, 평양냉면을 시킵니다. 어복쟁반은 북한 평안도에서 즐겨 먹는 전골 요리예요. 고기편육과 채소, 만두, 빈대떡을 함께 육수에 적신 다음 가운데에 있는 소스에 찍어 먹으면 돼요. 건강한 맛이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범용성 있는 맛입니다. 한 그릇에 48000원으로 적지 않은 가격이지만 4인이 먹기 충분하고 1인당 12000원이면 가성비가 나쁘지 않아요. 마무리로 면을 넣어 온면처럼 먹는데, 메밀의 향이 엄청납니다.
평양냉면은 이 쉐프가 서울에 우레옥, 필동면옥처럼 유명한 평양냉면집을 돌아다니면서 공부해 만들었다 하네요. 메밀면 자체의 맛을 즐겨도 좋고, 직접 만든 다시마 식초를 따로 뿌려 먹는 것도 별미입니다. 국물에 직접 넣지 않고 면을 앞 접시에 덜어 뿌려 먹는 것이 포인트! 육수의 육향은 강한 편입니다. 입 안에서 은근히 퍼지다 목을 넘기는 순간 "아! 이게 평양냉면 육수로군"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쁘지 않습니다.
바짝 불고기는 반찬처럼 생각하고 시켰는데 어복쟁반을 시키면 따로 뭘 더 시킬 필요는 없고, 평양냉면과도 크게 어울리진 않습니다. 면을 추가해서 먹는 게 더 좋을 듯 하네요. 물김치가 특히 잘 어울립니다. 아마 강한 맛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자주 리필해 먹으셔야 할 거예요 ㅋ
아쉬운 점은, 크기에 비해 일하는 분들이 적어서 서비스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음식은 제법 빨리 나오지만 나오고 난 뒤에 추가로 육수나 밑반찬을 부탁할 땐 시간을 기다려야 해요. 직접 움직이는 게 빨랐다는. ㅎ 그래도 맛이 좋고, 또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어 자차로 접근성도 좋습니다. 대중교통은 약간 애매한 위치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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