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더입니다. 9월들어 온라인을 시끄럽게 달구는 건강 이슈가 있죠. 바로 펜벤다졸 성분의 동물용 구충제입니다. 펜벤다졸이 항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은 2주 만에 조회수 150만 회를 넘어섰고 의사, 약사 등 전문가들이 이와 관련한 유튜브 영상을 올리더니,, 급기야 대한약사회가 자료를 낼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어요. 펜벤다졸 성분의 동물용 구충제는 파나쿠어, 옴니쿠어 등이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고 있는데 관련 제품은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네요. 펜벤다졸이 대체 무엇이길래 항암제로 쓸 수 있다고 하는 걸까요?

 

Oklahoma man claims a drug for DOGS cured him of cancer

Joe Tippens was diagnosed with lung cancer that had spread throughout his body in 2017 and given three months to live. He credits a dog de-worming drug for being cancer-free today.

www.dailymail.co.uk

사연의 주인공인 조 티펜스씨. 출처 데일리메일 https://www.dailymail.co.uk/

올해 4월, 영국 일간지인 데일리메일 온라인에 말기 폐암 환자였던 조 티펜스 Joe Tippens 씨의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2017년 초 3개월 시한부 생명을 판정 받은 그는 어차피 죽을 바에야, 효과가 입증되진 않았지만 펜벤다졸 fenbendazole 이란 성분을 사용해보잔 수의사의 제안에 치료를 시도했죠. 폐암은 크기와 형태에 따라 크게 소세포폐암과 비(非)소세포폐암으로 나뉩니다. 소세포폐암이 더 공격적이라 특히 말기가 되면 생존율이 1%에 그칠 정도로 아주 독하죠. 여러 최첨단 치료법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치료를 시도한 겁니다.

펜벤다졸은 주로 강아지에게 먹이는 동물용 구충제 성분입니다. 회충, 십이지장충, 편충, 촌충, 지알지아 등 기생충을 죽이는 약이죠. 아직 항암제로는 개발되지 않았지만, 사실 10여 년 전부터 세포 단위 실험과 동물시험을 통해 항암제로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긴 합니다. 이런 사실을 인터넷 검색 등으로 확인한 그는 한편으로는 새로운 항암제에 대한 임상시험에 참여하면서, 담당 의사에게 알리지 않은 채 비타민E, 커큐민 등과 함께 펜벤다졸을 먹기 시작합니다. 결과는 놀라웠죠. 3개월만에 암이 사라진 겁니다(오 마이 갓). 그에 따르면, 임상시험에 참가한 누구도 자기처럼 암을 이겨내진 못했다고 합니다. 2년 전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폐암 말기 환자가 오늘날 기사가 나올 때까지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니, 관심이 클만하죠.

 

실제 펜벤다졸은 사이언티픽리포트 등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에 항암 치료 가능성에 대한 논문이 꾸준히 개제 되고 있습니다. 사이언티픽리포트에 실린 펜벤다졸의 항암효과와 관련된 논문을 봤더니, 펜벤다졸이 암세포의 microtuble을 저해해 세포사멸 Apoptosis을 유발한다고 하네요. 일단 본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이트 주소가 네이처로 뜨는데 사이언티픽리포트가 네이처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온라인 오픈 액세스 저널이라 그렇습니다. 내용은 한마디로 암세포가 늘지 못하게 막고 스스로 죽게 만드는 작용을 펜벤다졸이 한다는 겁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18-30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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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rotuble은 한국어로 미세소관이라고 합니다. 암세포는 끊임없이 증식하는 것이 문제인데, 이런 증식 과정은 다시 말해 세포분열과 동의어입니다. 암을 치료하려면 계속 이뤄지는 세포분열을 막으면 되겠죠. 미세소관은 이런 세포분열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미세소관 (microtubule)을 보면 "미세소관이 염색체에 적절하게 결합하지 못하거나 결합한 후 분열하는 세포 방향으로 적절한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세포는 이를 인식해 세포 분열을 멈추게 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암제인 탁솔(taxol)의 경우 미세소관을 인위적으로 안정화시켜 세포 분열 시 염색체가 세포의 양 끝으로 끌려가지 못하게 하여 세포 분열을 멈추게 하는 기작으로 작용을 한다"고 적혀있어요.

나아가 네이처 논문에서는 펜벤다졸이 성분명 보르테조밉, 벨케이드라는 항암제와 비슷한 작용을 한다는 언급도 있습니다. 벨케이드는 다발골수종이라는 암에 쓰이는 데, 프로테아좀 proteasome 이란 단백질 활성을 억제해 암세포를 죽이는 작용을 합니다.

 

이미 항암제로 개발된 쓰이는 것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성분이면 말기 암 환자가 먹고 효과가 있는 게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겠죠. 다만, 실제 이걸 먹고 암을 치료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모든 암 환자에게 항암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적인 학술지에 근거로 할만한 연구가 실렸어도, 기사에 나온 조 티펜스처럼 효과를 본 사람이 있어도 환자가 다수 참여한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사실 조 디펜스도 임상시험에 유독 효과가 컸는지, 비타민이나 커큐민이 유독 효과적이었는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정말 말기 암이라 어떤 치료에도 효과가 없는 상황이라면 뭐라도 해보고 싶지는 않을까 싶네요. 곧 태어날 손자를 보고 싶어하던 조 티펜스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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