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더입니다. 본인이 항생제를 전혀 안 쓰는 사람이라면 슈퍼박테리아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요? 아닙니다. 세균이 항생제에 왜 내성을 갖게 됐는지 추적해보면 다른 사람에게 수퍼박테리아가 전파된 경우가 70%, 자신이 항생제를 자주 먹어 발생하는 경우가 30% 정도입니다. 항생제 내성균, 어떻게 감염되는 걸까요?

슈퍼박테리아 감염 확산 과정은?

항생제 내성균은 항생제를 이기는 일반 세균입니다. 첫째, 항생제를 많이 먹으면 세균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성이 생겨 항생제 내성균이 됩니다. 유산균이나 프로바이오틱스도 항생제 내성균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타격을 잘 입는 곳은 장이에요. 항생제는 주로 먹는 약으로 위장에 도달해 혈액을 타고 퍼지는데, 이 때 문제없이 장에 잘 있던 세균들까지 항생제에 자주 노출되면서 내성이 생기게 됩니다. 실제 1년 새 2배 이상 환자가 급증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이나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은 이름처럼 모두 장()에 사는 세균입니다.

둘째, 감염입니다. 항생제 내성균을 가진 A라는 사람이 B C,D…아무튼 주변 사람에게 이 균을 전파할 수 있어요. 세균이 감염병을 일으키는 것과 비슷하게 밥을 같이 먹거나, 손을 잡거나 하는 과정에서 옮을 수 있습니다. 슈퍼박테리아 중 일부는 주변 세균까지 슈퍼박테리아로 만들어버리는 특징이 있습니다(동지 사랑 무엇;;;) 그게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A에게 있던 슈퍼박테리아가 B, C, D로 전파되더라도 이 사람들이 건강해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면 항생제 내성균이 3~6개월 지나 사라지거든요. 슈퍼박테리아 입장에서는 자기가 안전한 상황에서 굳이 불완전한 돌연변이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근데B, C, D가 아픈 사람이라 항생제를 쓰고 있다면? 슈퍼박테리아가 악착같이 살아남아 문제를 일으키겠죠. 중증 환자가 많은 대학병원에서 주로 슈퍼박테리아가 감염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학병원은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사람도 많고 퍼지기도 쉽거든요.

대학병원, 요양병원은 슈퍼박테리아 감염에 가장 취약합니다. 평소 면역력을 길러 아프지 않는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슈퍼박테리아 하나 없애기가 그렇게 어렵나?

슈퍼박테리아는 하나가 아닙니다. CRE, VRE는 모두 세균 하나가 아니라 여러 마리를 하나로 묶어 부르는 용어입니다. , 장에 사는 세균 ACRE라고 하는 게 아니라 A,B,C 등 여러 세균을 하나씩 부르지 않고 몽땅 CRE라고 부릅니다. 예컨대 VRE는 반코마이신에 내성이 있는 장알균을 말하는데, 장알균은 엔테로코쿠스 파이칼리스(E. faecalis), 엔테로코쿠스 페슘(E. faecium), 엔테로코쿠스 아비움(E. avium), 엔테로코쿠스 갈리나룸(E. gallinarum), 엔테로코쿠스 카셀리플라버스(E. casseliflavus) 등 다양합니다. 공통적으로 이들을 공격할 수 있는 항생물질이 반코마이신인데, 이게 내성이 생기면 또 다른 공통적인 공격 목표를 잡아야 하죠. 하지만 시간도, 돈도 많이 들어 제약사가 선뜻 연구에 나서기가 어렵습니다. 환자 수도 적어서 약을 만들어도 이윤이 나질 않습니다.

장에 있는 세균이면 장염(장에 염증)만 문제되는 거 아냐?

CRE, VRE는 모두 현재까지 나온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하지 못하는 슈퍼박테리아입니다. 이 중 CRE는 작년에만 1만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죠. 이 환자들이 장염만 걸린 것은 아닙니다. 요로감염, 수술 부위 감염 등 전신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세균이 장 속에서만 살면 문제가 없는데 배변활동 등을 하면서 주변에 퍼지고, 이게 상처가 난 신체 부위에 침투하면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손상된 장 조직에 침투해 혈액을 타고 전신에 퍼지기도 하고요. 장에 사는 세균이라 주로 가까운 요로감염(소변 길에 감염증이 발생한 것)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슈퍼박테리아 중에서는 장에 살지 않는 것도 많아요. 감염병 중에서도 폐렴을 잘 일으키는 슈퍼박테리아도 있습니다.

2019/09/07 - [건강] - 항생제는 슈퍼박테리아 '약'이 아닌 '먹이'입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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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이 있나.

일단 대학병원은 가급적 가지 마세요. 특히, 몸이 약한 분이 중환자실 등 위험한 환자가 많은 곳에 가는 건 위험합니다. 손 씻기도 중요합니다. 장 속에 슈퍼박테리아가 살아도 주변에 퍼지지 않고 다른 신체부위로 옮지 않으면 감염병을 일으키지 않겠죠. 이를 위한 가장 기초적이면서 확실한 방법이 손 씻기(특히 볼일 본 다음)입니다. 일반인이 항생제를 처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감기 때문입니다. 동네 의원이나 병원이나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비율은 40% 정도나 됩니다. 일반 감기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라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로 치료를 못해요. 감기에 걸린 후 약해진 틈을 타 세균이 부비동염, 편도염 같은 감염병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보통 3일 후에도 열이 지속되면 세균 감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감기일 때 미리 항생제를 먹는다고 세균 감염을 예방하진 못합니다. 항생제는 몸 속에 있는 세균을 죽일 뿐 사전에 예방적 차원에서 먹어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니 기침 콧물 열 이런 감기 증상으로 병원에 갈 때는 내가 먹는 약에 항생제가 있는지, 있다면 왜 처방했는지 의사에게 꼭 물어보세요. 의사도 감기 증상이 바이러스 때문인지, 세균 때문인지 긴가민가할 때는 일단 항생제를 처방하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이기도 하지만, 슈퍼박테리아를 키우는 먹이이기도 하다는 점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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