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콩팥)은 우리 몸의 '필터'입니다.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한편 수분·전해질 농도를 조절해 전신 건강을 지켜줍니다. 신장은 한 번 망가지면 다시 재생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거나 병으로 신장 기능이 완전히 떨어진 만성 신부전(만성 콩팥병) 환자는 신장을 대신해 혈액을 외부 필터에서 걸러내는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혈액 투석은 일반적으로 1회 4시간, 주 3회 이뤄집니다. 펄터와 정수액이 포함된 투석 기계가 있고, 이곳으로 체내 혈액을 내보냈다 다시 되돌려 받아 더러운 혈액을 깨끗하게 정화합니다. 이를 위해서 원래 있는 혈관을 그대로 쓰지 않고 특별한 처치를 해야 하는데, 이걸 동정맥루 수술(Arteriovenous fistula operation)이라고 합니다.

 

 

동맥과 정맥을 연결하는 동정맥루 수술  

심장은 총 무게 250~350g으로 하루 평균 약 10만번, 평생 20억번 이상 쉬지 않고 뛰며 온몸으로 혈액을 내보냅니다. 심장에서 나가는 혈액은 동맥을 통해 온몸을 돌고, 정맥을 통해 폐 등을 거쳐 깨끗하게 정화된 뒤 다시 심장을 통해 전신에 보내집니다.

투석이 필요한 혈액은 우리 몸을 한 바퀴 거친, 산소가 적고 노폐물이 많은 더러운(?) 혈액입니다. 즉, 동맥이 아닌 정맥을 도는 혈액을 투석해야 합니다. 근데, 정맥은 심장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심장 박동이 잘 전달되지 않고 혈액의 양과 속도·압력이 모두 낮습니다. 저수지에서 펌프로 물을 뽑아 논에 댈 때, 펌프와 가까운 쪽은 관이 팽팽할 정도로 물도 많고 힘도 좋죠. 반면 끝쪽으로 갈수록 힘이 달려 흐물흐물해지는데 이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투석 기계에 혈액을 보내려면 혈액이 힘차게 나가야 하는데 정맥은 이게 약하니 문제가 됩니다. 사실 정맥 중에서도 가치처럼 뻗친 정맥이 한 곳여 심장으로 가는 중심 정맥이 있긴 합니다. 손이나 발 등에 위치한 작은 말초 정맥과 달리 몸통에서 모여 심장으로 들어가는 정맥입니다. 압력도 강하고, 속도도 빠르고 혈액량도 많습니다. 문제는 몸 깊숙한 곳에 있어서 찾기도 어렵고, 시술 과정에 사고나 감염이 발생하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응급 상황이 아닌 투석을 위해 중심 정맥을 확보하는 건 득보다 실이 크죠.

 

 

정맥을 있는 그대로는 쓰지 못하는데, 어떻게 하면 투석 치료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투석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혈액의 양을 늘리고,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없을지 고민하는 과정에 '정맥의 동맥화'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몸 끝쪽에 있는 말초 정맥을 가까운 동맥과 이어 혈관 압력을 적당히 높히자! 어차피 혈액도 몸을 거의 다 돈 상태고, 겉에 드러나는 부위라 투석 치료가 번거롭지도 않고 여러 장점이 있을 거 같다"…. 이렇게 생각했던 겁니다.

동맥과 정맥을 연결하는 이 수술을 바로 동정맥루 수술(조성술)이라고 합니다. 동맥과 정맥을 측면끼리 연결하거나, 동맥의 측면과 정맥의 말단 부위를 연결하기도 합니다. 직접 연결하기도 하고(자가동정맥루, AVF), 그게 어려우면 인조 혈관을 대기도 해요(인조혈관접근로, AVG). 동맥의 압력으로 정맥을 크고, 강하게 만들어 혈액 투석이 원활하게 하는 것이죠.

심장치료, 투석 모두 사용되는 '요골동맥'

동정맥루 수술은 ▶찌르기 쉬우면서도 ▶혈류가 충분히 확보되는 혈관을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수술로 인한 감염이나 합병증 위험이 적고 투석 치료가 번거롭지 않은 대표적인 곳은 '팔'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환자는 손목 혹은 팔꿈치에 동정맥루 수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혈액투석 접근로 관리지침. 2014


특히, 가장 먼저 검토되는 부위는 손목 혈관입니다. 맥박을 잴 떄 손목을 짚죠? 그 부위에 동맥과 정맥이 가까이 있는데 바로 이곳을 동정맥루 수술 부위로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골동맥 - 노쪽피부정맥을 잇는 동정맥루 수술입니다. 투석 혈관은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보통 3년 정도면 막히는데, 이때 손목 혈관에 동정맥루 수술을 하면 몸에서 가까운 쪽에 새로 동정맥루 수술을 하는 데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죠. 부분 마취로 수술실에서 진행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입니다. 

이런 요골동맥은 투석뿐만 아니라 심장질환을 치료할 때도 씁니다. 예전에는 심장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 사람이 쓰러지면 가슴을 갈라 갈비뼈를 좌우로 벌린 뒤 수술했습니다. 지금은 혈관에 조영제를 쏴 막힌 혈관을 파악한 다음(혈관 조영술) 풍선으로 부풀리거나, 스텐트로 확장해(혈관 중재술) 혈관을 넓혀 치료합니다.  

 

 

혈관 조영술이나 혈관 중재술을 시행할 때는 우선, 공간 확보를 위해 안내 철선(카테터)을 집어 넣습니다. 심장과 가깝거나 크기가 크면 좋겠죠. 애초에는 손가락만큼 굵은 허벅지 쪽 대퇴동맥을 썼는데, 지혈이 잘 안 되고 12시간 이상 침대에서 꼼짝 못 하고 누워 있어야 하는 불편이 따랐습니다. 그래서 요즘 의사들은 직경 3mm 요골동맥을 통해 심장 치료를 많이 시도합니다. 지혈도 잘 되고 과다 출혈로 인한 테이블 데스 위험도 줄일 수 있고 여러 장점이 있거든요.

근데, 요골동맥을 통해 심장 치료를 하는 과정에 카테터 조작이 미숙하거나 지혈하는 과정에 혈관이 너무 많이 손상되면 나중에 투석이 필요할 때 요골동맥을 못쓸 수도 있습니다. 투석을 하는 환자가 심혈관 시술을 해야 하는 반대의 경우에도 요골 동맥으로는 하지 못할 수 있죠. 말기신부전 환자의 주된 사망 원인은 혈관 중재술이 필요한 급성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 질환인데, 주로 투석 시작 후 1년 이내에 발생합니다. 동정맥루 수술이나 혈관 중재술 모두 요골동맥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니 치료 시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사전에 혈관 상태 등의 정보를 알아두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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