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마비가 오면 누구든 당황할겁니다. 멀쩡하던 입이 돌아가고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아 부리부리 뜨고 있으면 사회 생활 하기 쉽지 않겠죠. 대인관계가 위축되고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우울하고 불안해합니다. 매일이 걱정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얼굴 마비는 잘 낫는 병이란 점 기억하셔야 합니다. 10명 중 8~9명은 사실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아도 저절로 나아요. 안면마비의 대부분은 바이러스가 원인인 벨 마비입니다. 얼굴과 가까운 말초신경의 염증 반응이 안면신경의 전기신호를 차단하고 근육 마비를 유발합니다. 근데 이런 염증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치유 됩니다. 감기 걸렸다고 바이러스 염증 반응으로 인한 기침, 콧물을 평생 달고 다니진 않잖아요. 안면마비 원인인 헤르페스 바이러스로 인한 입술 물집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집니다. 이런 병처럼 안면마비를 일으키는 신경 염증도 체내 면역세포가 활동하면서 스스로 줄고 증상도 사라지죠. 한번 치료하면 재발도 거의 안 해서 ‘한번 앓으면 끝인 병’이라고들 합니다.

2019/11/19 - [건강 HEALTH & BEAUTY] - 뒷목 뻐근하고 혀 얼얼한 게 안면마비 증상인 이유

그렇다고 병원을 가지 말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병원은 꼭, 그것도 최대한 빨리 가시는 게 여러모로 좋습니다. 안면마비가 모두 벨 마비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뇌 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일 때도 얼굴이 마비될 수 있습니다. 혈관은 신경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배터리인데 제대로 공급이 안되면 신경 전기신호도 끊기고 마비가 생겨요. 원인은 다르지만 결과가 같은 겁니다.

뇌 문제일 때는 중추성 안면마비, 안면신경만의 문제일 때는 말초성 안면마비라고 부릅니다. 이름이 다른 것처럼 증상도 일부 차이가 있습니다. 얼굴마비만 나타날 때는 대부분 말초성 안면마비 입니다. 근데 사지 마비, 보행 장애, 언어 장애,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안구 편위처럼 다른 곳에 증상이 동반되면(뇌는 우리 몸의 사령탑이니까요) 뇌 문제를 의심해야 합니다.


이마에 주름이 잡힐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뇌는 오른쪽 뇌가 신체 왼쪽을, 왼쪽 뇌가 신체 오른쪽을 총괄합니다. 근데 이마는 양쪽 뇌가 모두 작용해요. 즉, 한쪽 혈관에 좀 문제가 있으면 다른 쪽이 이를 보완해 기능을 유지해 줍니다. 이마 주름이 그렇습니다. 말초성 안면마비일 때는 이마 주름이 생기질 않아요. 반면에 뇌 문제인 중추성 안면마비에는 뇌 주름이 생깁니다. 원래 안면마비일 때는 바로 병원을 가는 게 맞지만, 이런 증상이 있으면 병원이 쉬어도 곧장 응급실에 가야 합니다. 뇌졸중은 속도전이거든요. 뇌 신경은 한번 망가지면 다시 재생되질 않습니다.


초기 치료하는 게 중요한 이유가 또 있습니다. 신경에 염증이 심해질수록 신경과 근육은 타격을 받습니다. 신경은 염증으로 전기신호가 꼬일 수 있습니다. 1번 근육을 움직여야 하는데 2번 근육도 함께 움직이는 식이죠. 신경이 지배하는 근육은 굳거나 변성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는 신경은 풀려도 근육은 굳어서 얼굴이 일그러진 채 살 수가 있습니다. 가급적 염증은 최대한 빨리 없애고, 근육은 마사지나 전기자극으로 풀어주는 게 좋아 병원을 찾는 겁니다.

 

근데, 반전이 있습니다. 후유증 위험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사실 초기 신경 염증 수준입니다. 처음에 마비가 심하게 올수록 치료가 어렵고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심할 정도로 바이러스가 강해 염증이 심한 환자가 10명 중 1명입니다. 그러니까, 처음 발병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 있는 거죠…. 그래도 포기하지 마세요. 일단 초기부터 염증을 줄이는 먹는 스테로이드 약과 항바이러스제를 1~2주 먹으며 물리치료를 받으면 그나마 얼굴이 풀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안면마비가 의심되면 어느 진료 과에 가야 할까요. 이비인후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 양방에서 한방까지 다양하죠. 저라면 신경과를 가겠습니다. 신경의 문제인데다, 수술을 주로 하는 외과보다 약을 쓰는 내과가 더 믿음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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