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허준이라는 TV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조선시대 명의로 한방 의학서인 동의보감을 쓴 그 허준이 주인공인 드라마였죠. “줄을 서시오~”라는 명대사와 더불어 구안와사 口眼喎斜 라는 병을 대중에게 인식시켜줬어요. 입이 돌아가 쩔쩔매는 환자에게 “풍이 혈맥에 스며들어 발생하는 병이오~”라며 침과 뜸을 놔주자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 듯 되돌아옵니다.

구안와사는 구안괘사라고도 불리는 데 모두 입 口과 눈 眼이 삐뚤어진다는 공통된 뜻을 갖습니다. 허준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원래 표준어인 구안괘사에 더해 2014년 국립국어원이 구안와사를 복수 표준어로 인정해 둘 다 널리 쓰여요. 한방에서는 이렇게 부르는 증상을 양방에서는 안면마비라 합니다.


안면마비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머리를 다치거나 뇌종양, 뇌졸중처럼 뇌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특별히 사고를 당하지도 않고 젊은 데 안면마비가 나타나는 경우라면 뇌 질환일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뇌 척수처럼 중추신경계 문제일 땐 중추성 안면마비라, 말초신경 문제일 땐 말초성 안면마비라고 하는데 얼굴 마비만 나타나는 대부분의 환자는 말초성, 그것도 벨 마비 Bell's palsy 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90년 전인 1829년 찰스 벨이란 의사가 런던의사학회지에 안면마비 증상이 있는 환자를 발표하면서 그의 이름을 따 이렇게 불리죠.

입술에 물집을 잡히게 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들어보셨나요?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감염되면 체내에 잠복해 있다가 몸이 약해질 때 재활성화 하면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피곤할 때 입술 터진다고 하잖아요. 바이러스가 그때 감염된 게 아니라 전에 이미 감염됐던 게 나타나는 겁니다. 주로 서로 만질 때 감염되는 데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트리니 감염자도 엄청 많습니다. 몸에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품고 사는 사람이 50대 이상은 90%나 돼요. 

참, 입술 물집 만드는 헤르페스와 성기 물집을 만드는 헤르페스는 각각 1형, 2형으로 종류(유형)가 다릅니다. 입술 물집이 자주 잡혀도 성기 물집까지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안면마비일 때는 소리가 크게 들리거나 입맛이 변하기도 해요. 안면신경이 근육 운동이나 감각도 담당하거든요.

 


이야기가 샛길로 많이 빠졌죠ㅠㅠ;;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이야기하는 건 이게 물집뿐 아니라 얼굴 마비, 즉 벨 마비 증세를 일으키는 강력한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신경절 geniculate ganglion에 잠복돼 있던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안면신경을 공격하면, 염증 반응으로 인해 신호 전달이 잘 안되고 얼굴 근육이 굳어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이죠. 얼굴 마비는 보통 한쪽에만 오는데(그래서 입이 돌아간다고 하죠), 이건 바이러스가 뇌 속에 뇌신경이 아니라 얼굴 가까이의 안면신경을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안면마비 증상은 얼굴에 확연히 드러납니다. 뺨•눈썹•눈꺼풀•입술이 처지고, 웃을 때 입 모양이 심하게 삐뚤어져 보기 흉하고,,ㅠ 마비된 쪽 눈을 감지 못해 눈물이 나고 입이 쳐져서 음식이나 침이 한쪽으로 흘러내립니다. 안면신경은 운동뿐 아니라 감각도 책임지는 데요, 이 때문에 혀가 얼얼하고 음식 맛이 느껴지지 않거나 귀에서 윙~ 하는 소리가 들리거나 갑자기 소음이 크게 들리기도 합니다. 

구안와사 벨 마비 환자는 90%는 전에 얼굴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10%에 해당하는 사람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후유증 위험도 줄이고, 회복될 가능성도 높일 수 있죠. 치료 골든타임이 3일, 3주라고 하지만 사실 치료는 일찍 시작할수록 좋습니다.


안면마비 환자의 가장 큰 걱정. 내가 뇌졸중인가? 나 안면마비가 오려고 하는 거 같은데 병원 가야하나?를 한 번에 해소할 방법이 있습니다. 벨 마비 환자의 절반 이상, 많게는 3분의 2 가량이 뒤통수나 뒷목이 뻣뻣하고 아픕니다. 왜냐하면 귀 뒤쪽에 두개골 내에 안면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있거든요. 

앞서 바이러스가 활동하면서 신경의 전기신호가 끊긴다고 설명 드렸는데, 엄밀히 말하면 얼굴 마비는 바이러스로 인한 신경 염증 반응 발생 → 신경이 부어 뼈에 낌 → 전기 신호 차단 → 근육 마비 순서로 진행됩니다. 가장 먼저 안면신경이 부어 뼈 터널에 끼는 건데, 이러면 주변 신경이 자극돼 통증이 나타납니다. 얼굴 마비가 진행되기 전에 나타나는 신호인 거죠. 이어 특히 입이나 혀가 치과 치료를 받은 듯 얼얼하거나 잘 안 움직이면 바로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뇌졸중은 신경과는 관련이 없는 병이라 당연히 이런 증상도 없습니다.

안면마비가 재발이 잘 되는지, 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하고 어디에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는 (.._ 이 글에서 알려드릴게요! 

2019/11/20 - [건강 HEALTH & BEAUTY] - 안면마비 의심되면 어느 진료 과에 가야 할까요? RE: 신경요!

 

안면마비 의심되면 어느 진료 과에 가야 할까요? RE: 신경요!

안면마비가 오면 누구든 당황할겁니다. 멀쩡하던 입이 돌아가고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아 부리부리 뜨고 있으면 사회 생활 하기 쉽지 않겠죠. 대인관계가 위축되고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우울하고 불안해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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