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 수술은 무릎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는 마지막 선택입니다. 퇴행성 관절염은 허벅지뼈와 정강이뼈를 연결하는 두께3mm가량의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병이에요. 한번 손상된 연골은 자연히 회복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져 걷기 불편해집니다. 어르신들이 비만 오면 무릎이 쑤신다고 말하시는데, 십중팔구 이 무릎 관절염 때문입니다.
인공관절은 손상된 허벅지뼈와 정강이뼈를 과일 껍질 깎듯 깎아내고 여기에 인공적으로 만든 인공관절을 갈아 끼우는 수술입니다. 사실 관절은 연골만이 아니라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하는 전체적인 구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연골, 근육, 힘줄, 인대, 활막, 관절주머니 등등 다양한데 인공관절은 이를 모두 대체하지 않고 물리적으로 손상된 곳, 즉 닳아버린 연골과 이로 인해 서로 부딪치며 또 닳아버린 허벅지뼈 하부와 정강이뼈 상부만을 대체합니다. 주변에 근육이나 힘줄, 인대, 신경, 혈관 등은 그대로 살리면서 말이죠. 사탕 껍질 까듯 무릎을 세로로 길게 잘라내고 뼈와 연골만 드러나게 한 다음에 수술합니다.
근데 ‘이 대신 잇몸’이라는 말처럼,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연골이 닳으면 주변에 근육이나 인대 힘줄 모두 정상과는 다른 형태로 바뀌게 됩니다. 오른손잡이는 왼손보다 오른손을 많이 써서 힘도 세고 근육도 잘 붙어있죠. 그런 것처럼, 연골도 아픈 부위에 충격을 줄이려고 다른 쪽에 더 많이 체중이 실리다 보니 연결된 근육이나 힘줄, 인대 등도 더욱 많이 발달합니다. 퇴행성 관절염이 발전할수록 뼈가 닳고 주변 조직도 변형되면서 다리 모양도 ’O자’나 ‘X자’로 변하는 겁니다.
연골이 닳고, 근육이나 힘줄이 다르게 발달하고, 다리 모양이 변하면 가장 큰 문제가 우리 몸에 균형이 깨진다는 점입니다. 서 있거나 걸을 때 체중이 양쪽 다리, 엄밀하게 말하면 양쪽 관절의 좌우 앞뒤에 고루 분산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한쪽으로 쏠리게 되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인공관절 수술을 한 다음입니다. 이미 무릎 주변에 조직이 퇴행성 관절염에 적응해 뒤틀린(?) 상태에서 인공관절을 똑바로 끼워봤자 균형이 맞을 리 없습니다. 오히려 체중이 이상한 곳에 쏠려서 금세 망가지거나 반대편 근육 등이 당겨 도리어 아플 수도 있습니다.
이걸 해결하려면? 인공관절 수술을 할 때 몸에 균형이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잘하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환자의 뼈와 주변 근육, 인대, 힘줄 변형이 얼마나 됐는지 파악하고 이에 맞게 인공관절을 집어넣어야 베스트입니다. 인공관절을 끼워 넣는 각도나 위치를 바꾸거나 다소 부드러운 연조직인 인대, 힘줄을 잡아 당겨 늘리거나 해서 균형을 맞춥니다. 환자를 많이 봤으면, 예를 들어 과거에 나이나 체중, 무릎 상태가 비슷한 환자의 수술을 했던 의사라면 비슷한 체격과 무릎 상태의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왔을 때 수술의 감을 쉽게 잡습니다. 한번 할 때보다 두 번째가 수술 완성도도 높을 테니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죠.
문제는 이런 방식이 매번 성공적일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허벅지뼈와 정강이뼈의 축과 주변 조직 균형을 측정하는 기계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의사의 컨디션이 그때그때 다른 것은 어떻게 커버를 칠 수가 없습니다. 눈대중으로 보고 주변에 인대, 힘줄을 이리저리 잡아 당기며 ‘아 이 정도면 균형이 맞겠구나’ 생각해도 매번 정확할 수는 없는 겁니다.
더군다나 인공관절 수술은 방식 자체가 과격합니다. 뼈를 깎을 때 톱을 쓰고 드릴을 사용하고 뼈에 나사를 박을 땐 드릴이나 망치도 씁니다. 충격이 무릎에 고스란히 전해지겠죠. 힘 조절을 제대로 못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뼈를 더 많이, 혹은 적게 잘라낼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런 여러 수술 도구를 쓰려면 무릎을 많이 째고 관절을 훤히 드러내야만 합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세균이 감염을 일으키기도 하고, 상처도 길게 남고 아프기도 엄청 아픕니다.
최근에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이런 문제를 조금 더 보완합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라고 로봇이 알아서 수술하는 건 아니라 로봇의 팔을 이용할 뿐입니다. 로봇이 수술 전 뼈는 어느 정도 각도로 들어가 얼마나 자를지를 스스로 계산해냅니다. 3차원 CT를 찍어서 입력하면 알아서 이런 계산을 합니다. 의사 판단을 보조하는 계산기인 셈이죠. 수술할 때 로봇 팔을 쓰면 손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정교하게 뼈를 깎아낼 수가 있습니다. 사람처럼 손이 떨리거나 힘이 더 들어갈 염려가 없잖아요. 요즘 나온 로봇트 팔은 애초 계산한 수술 부위를 벗어나면 아예 작동을 멈춰버립니다. 오차가 크지 않고 세밀한 컴퓨터 수술이 가능합니다.
물론, 이 수술도 단점은 있습니다. 첫째, 수술 시간이 일반 수술보다 15~20분정도 깁니다. 로봇 팔을 써도 수술 도구는 똑같이 써야 하기 때문에 절개하는 길이도 거의 비슷합니다. 피부를 잘라내는 크기는 같고 더 오래 공기에 노출되니 감염 위험이 크겠죠.
둘째, 비용이 비쌉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 비용은 일반 인공관절보다 한쪽당 200만원 가량 더 비쌉니다. 감염 위험이 크다 보니 한번 로봇팔에 부착한 수술도구는 바로바로 폐기하기 때문입니다. 인공관절은 종류가 어려 가진 개발돼 있는데, 로봇 인공관절은 이걸 만든 회사가 개발한 인공관절밖에 쓸 수 없다고 합니다. 애초에 자신 회사의 인공관절에 맞춰 컴퓨터가 계산을 하기 때문입니다(헐….)
그래도 만약 내 부모님이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다?면 저는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선택할 겁니다. 물론 일반 인공관절 수술도 우리나라 의사들 모두 잘합니다. 근데 거기에서 좀 더 정확도를 높이고 통증도 덜한 게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고, 비용을 좀 더 내더라도 평생 한 번만 할 수술이니까… 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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