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고 기온이 떨어지는 요즘 증상이 심해지는 신경계 질환이 있습니다. 흔히 입과 눈이 삐뚤어졌다고 해구안와사(口眼?)’라 부르는 안면마비죠. 한쪽으로 눈··입이 돌아가고 근육이 마비돼 표정이 사라집니다. 눈물이나 침이 계속 흐르고 미각·청각 등 감각 기능이 떨어지기도 해요.

 

근데, 얼굴이 마비되는 건 아닌데 가만히 있어도 얼굴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마와 볼, 치아와 턱 부근에 전기가 통하는 듯한 찌릿하고 격렬한 통증이 주기적으로 나타납니다. '얼굴이 전기에 감전된 것 같다' 거나 '칼로 찌르듯 에리고 아프다'는 식으로 통증 강도가 아주 강한 특징이 있습니다. 두통이나 치통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겨울에 한쪽 얼굴에만 극심한 통증이 발생할 때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하는 건 다름 아닌 '삼차 신경통'입니다.

 

서울대병원 의학정보 캡쳐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104861&cid=63166&categoryId=51022

 

우리 뇌에는 크게 12개의 신경이 분포해 있습니다 이 중 다섯 번째 뇌 신경은 얼굴부위 감각과 씹는 근육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마, , 턱 등으로 뿌리가 3갈래로 나뉘어지는 데 이런 특징 때문에 삼차신경이라고 불립니다.

 

 

삼차신경이 불필요한 자극을 받으면 별 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극심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본래 피부를 누르거나 찌르는 것처럼 외부 자극이 있어야 감각 신경이 반응하는데 역으로 감각 신경 자체의 문제라 '원인 없는 통증'이 발생하는 겁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주변 혈관이 들러붙는 현상 때문입니다. 삼차신경 주변에는 혈관이 지나가는데, 두 사이 간격이 너무 가까워 혈액이 흐를 때마다 두근두근 신경까지 자극되면 마치 신경이 합선이 일어난 듯 자극을 받아 주기적인 통증을 호소하게 됩니다.

 

삼차신경통은 젊은 사람보다 50대 이후 중년에서, 남성보다 여성에서 흔합니다. 특히 할머니들에게 흔한 질환입니다. 예리한 통증이 수초~수분 가량 지속되는데 적어도 일주일 이상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한쪽 눈 아래, 혹은 턱에서 발생하고 한번 시작하면 밤새도록 통증이 나타나 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불시에 통증이 나타나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흔히 삼차신경통 환자들이 범하는 실수가 무분별하게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치과를 찾는 겁니다. 일단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은 원인 해결이 아닌 임시 방편에 불과합니다. 삼차신경통은 신경 자체의 손상이 원인이라 적절히 조치하지 않으면 신경 손상이 점차 심해지고, 주변 얼굴 근육이 위축되는 2차 손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치통인줄 알고 애꿎은 치아를 발치하는 것도 문제죠. 사실 나이들면 건강한 치아를 갖고 있는 사람이 몇 안되는데 이 때문에 실제 치과에서 치아를 빼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통증의 시간과 양상입니다. 통증 시간으로는 갑자기 나타나면서도 수초 이상 지속되면 삼차 신경통을 의심해야 합니다. 통증 양상은 얼굴 깊숙한 곳이 아니라 바깥쪽 표피에서 저릿하고 전기 오르듯 한 느낌이 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만, 삼차신경통도 젊은 사람일때는 종양 염증일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합니다. 삼차신경을 흔히 특발성, 증후성으로 나누는데 특발성은 앞서 설명한 혈관 관련 신경통인 반면 증후성은 뇌 종양 등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통증입니다. 삼차신경통의 주된 발병 연령인 50세보다 낮은 나이이거나 신경계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 약물치료 등에 호전되지 않으면 뇌 MRI를 찍어보는 게 좋습니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전체 삼차신경통 중 종양에 의한 삼차 신경통은 약 2% 정도로 드문 편입니다.

 

 

삼차신경통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에 가장 많이 쓰는 약물은 항경련제인 카르바마제핀 carbamazepine 입니다. 카바민씨알, 테그레톨 등이 해당되는데 불안장애 치료에도 쓰는 약물이에요. 카르바마제핀으로 치료가 안되면 간질약인 옥스카르바제핀 oxcarbazepine(트리렙탈), 근육 수축을 억제하는 바클로펜 baclofen도 차례로 추가할 수 있습니다. 1차 치료제인 카르바마제핀의 경우 부작용으로 재생불량성 빈혈이나 간독성이 발생할 수 있어서 골수 기능과 혈액검사, 간과 신장 기능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게 안전합니다.

 

약물치료에도 재발이 잦고 악화되는 경우도 걱정하지 마세요. 신경차단술, 미세혈관감압술, 감마 나이프 등 수술 치료법이 다양하고 완치율도 90% 이상에 달합니다. 신경 차단술은 가는 바늘을 얼굴을 통해 삼차신경절까지 삽입한 후 고주파 열치료기나 약물을 투여해 통증을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시술 후 안면감각이 저하될 수 있고 재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미세혈관감압술은 귀 뒷부분에 4~5cm 절개해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혈관에 테프론이라 불리는 의료용 솜을 삽입해 혈관과 신경 사이를 떨어뜨리는 방법입니다. 보다 확실하고 적극적인 삼차 신경통의 해결책으로 꼽힙니다. 감마나이프는 방사선 치료입니다. 삼차신경 부위에 고용량의 감마선을 쏴서 통증 신경을 잠재우는 방법이죠. 전신마취를 시행하지 않고 부작용이 가장 적어 수술이 어려운 고령의 환자나 다른 시술 후 재발한 환자에게 유용한 방법입니다. 요즘은 MRI CT처럼 첨단 장비가 발전해서 정확한 삼차신경의 확인과 치료가 가능해 졌어요. 다만, 치료 효과가 다른 수술에 비해 늦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수술 후 약 4~6주가 지나야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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