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더입니다.


성인의 피부 1㎠에는 100만~10억 마리의 미생물이 삽니다. 세균을 물리쳐 피부 건강을 유지시키는 좋은 미생물도 많지만, 피부에 기생하며 사는 미생물 때문에 각종 피부질환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죠. 곰팡이가 일으키는 무좀, 진드기가 일으키는 옴, 박테리아가 원인인 농가진 등입니다. 피부질환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바이러스도 있는데요, 특히 바이러스로 인한 사마귀는 티눈과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티눈 생기는 이유는 반복적인 마찰과 압력 때문입니다. 피부의 가장 외부 층인 각질층은 외부 자극을 받으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두꺼워집니다. 자극을 받는 부위가 넓으면 굳은살이, 좁으면 티눈이 생기는데요, 특히 체중이 실리는 발에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에 마찰과 압력이 크게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신발 때문인데요, 10대는 성장이 빨라 신발이 맞지 않고 20~30대 남성은 군화나 구두, 20~30대 여성은 하이힐 등 구두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이 느끼기엔 편하다고 여겨도, 또 자주 신지 않는다 생각해도 사실 신발 바꾸기만 해도 티눈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굳은살과 티눈의 가장 큰 차이는 중심핵이 있고 없고 차이입니다. 중심핵은 굳은 살을 깎을 때 중심에 연필심처럼 하얗게 굳어있는 부위입니다. 중심핵이 있으면 하부 감각신경이 더 강하게 자극돼서 통증을 더 극심하게 느낍니다. 느낌상 안으로 살 안쪽으로 파고들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단단해지긴 하나 나무의 뿌리처럼 중심 핵이 뿌리내리지도 않고, 또 이를 없애야만 티눈이 완전히 박멸되는 것도 아닙니다. 티눈은 단순히 피부의 물리적인 변화일 뿐, 핵이 주변을 감염시키며 세력을 불리진 않습니다.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지만 티눈 고통은 상상 이상이죠. 


근데 사마귀는 다릅니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원인인 피부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주변 피부까지 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발에 생긴 티눈 사마귀 구별은 중요합니다. 티눈인 줄 알고 손댔다가 가족에게까지 사마귀를 옮기고, 다른 부위까지 사마귀가 퍼질 수 있거든요.

피부 사마귀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인유두종바이러스, 줄여서 HPV라고 합니다. HPV는 변신의 귀재인데요, 바이러스 종류만 100여 개에 달합니다. 바이러스는 숙주에 침투한 다음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데 10% 이상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특징이 전혀 딴판인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집니다. 쌍둥이라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 성격이나 특징이 달라지는 것처럼, 인간에게 감염되는 HPV도 신체 부위에 따라 특화된 종류가 따로 있습니다.

피부 사마귀의 종류는 감염 부위에 따라 보통 사마귀(손가락, 발가락, 얼굴), 손발바닥 사마귀, 편평 사마귀(얼굴), 생식기 사마귀(성기)로 나뉩니다. 추가로 피부 사마귀는 아니지만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도 있어요. 손가락, 발가락, 얼굴에 생기는 보통 사마귀는 HPV 2, 4, 27, 57형입니다. (~형은 종류(유형)를 뜻하는 표현입니다). 손발바닥 사마귀는 HPV 1형, 편평 사마귀의 경우는 HPV 3 10형에 감염돼 발생합니다. 생식기 사마귀는 HPV 6, 11, 16, 18형인데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 종류와 같습니다. 자궁경부암 백신 남자도 맞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남자가 생식기 사마귀에 걸리면 여성에게 옮겨가 치명적인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는다고 보통사마귀나 손발바닥 사마귀, 편평 사마귀를 예방할 수 있느냐면 그건 아닙니다. 종류가 다르니까요. 손발바닥에 생긴 사마귀가 얼굴로 옮는 경우도 이론적으로는 어려운 일입니다. 문제는 피부 사마귀는 보통 사마귀가 많다는 거죠. 손가락 발가락에서 주변 발바닥까지 퍼질 수도 있고, 이 상태로 돌아다니다 가족에게 사마귀를 옮기거나 자기 얼굴이나 입술까지 사마귀가 번질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을 노립니다. 본인에게는 별 문제 아니라 여기는 게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보통 사마귀는 티눈과 달리 잘라보면 안에 까만 점이 보입니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생명체라 살기 위해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혈관을 끌어오거든요. 잘라내면 이런 혈관에 피가 뭉쳐 꼭 까만 깨를 뿌린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면 바로 병원에 가보는 게 좋습니다.

매니큐어처럼 바르는 티눈 액, 반창고처럼 붙이는 티눈 밴드 등 티눈 제거 약물은 살리실산이 주성분인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두터운 각질을 녹이는 화학적 작용을 하는데요, 반드시 녹인 다음에는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사마귀는 냉동치료나 레이저, 전기 소작 치료를 많이 하는데 초기에는 티눈이나 굳은살과 마찬가지로 약물을 써서 연하게 만든 다음 물리적으로 떼도 됩니다. 어차피 냉동치료나 레이저, 전기 소작 치료도 주변 피부를 괴사시켜 떼는 물리적인 치료거든요. 다만, 타인이나 다른 신체부위에 옮기지 않게 위생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심하게 땠다간 사마귀가 화가 나서 커지거나 주변부위로 퍼질 수도 있습니다. 조심조심 다루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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