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되니 굉장히 어중간한 때란 생각이 들어요. 20대처럼 놀길 원하지만 몸이 안 따라주고, 40대처럼 놀자니 너무 올드한 느낌이 나 괜히 젊게 보일 방법을 찾곤 합니다.

친구 부부와 잠실에서 부부 모임을 갖고 난 뒤에, 이 정도면 20대 40대가 아닌 30대처럼 데이트하고 밥 먹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별 것 없지만, 적어도 제가 꾸린 이 코스가 30대 입맛을 저격한 건 확실합니다.

스타트는 방이동 먹자골목에서 끊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사랑한 안동국시 소호정. 서울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죠...ㅎ  

 

 

 

 

방이동 먹자골목에 안동국시는 여러 곳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소호정을 택한 건, 이 반찬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솔직히 국시도 맛있긴 한데  배추와 부추김치, 특히 저 깻잎지가 정말 향은 코를 찌르고 맛은 혀를 감싸고도는 게 장난이 아니에요. 짙은 깻잎 향을 품으면서도 고소하고 짜지 않게 무친 게 손맛 장인의 솜씨. 흰쌀밥이나 국시, 심지어 다른 반찬과 먹어도 존재감을 풍깁니다.

양지로 만든 수육. 크기가 소와 대자가 있는데 이게 양이 많다는 대(大)자 입니다(읭??). 말랑말랑 살코기가 씹히는 게 그냥 먹어도 너무 맛있죠. 국시 먹을 때 함께 먹으면 풍미가 더 강해집니다. 간장 소스를 함께 내오는 데요, 같이 먹어도 좋고 따로 먹어도 좋고, 깻잎(못 말리는 깻잎 사랑♡)과 먹어도 맛있습니다. 

열심히 수육을 먹고 있자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전이 나왔어요. 경상도에서 국수를 국시라고 하는데, 전은 찌짐이라고 부른다죠. 소의 허파와 명태를 곱게 저민 다음 기름에 부쳐 내옵니다. 명태는 부드럽고, 허파는 탱글탱글한 게 전 자체에서도 맛의 조합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어요.

곁들인 음식이 많아 국시는 두 개만 시켜 부부끼리 나눠 먹습니다. 처음부터 네 그릇으로 내주오시더라구요(양이 너무 많아 각각 한 그릇씩인 줄 알았어요;;). 한우 살코기만으로 육수를 낸 깊은 국물. 면발은 다른 칼국수보다 얇고 가늘지만 쫄깃한 맛이 일품입니다. 수요미식회에서 극찬한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후식을 먹으러 밤의 잠실을 걸으며 잠실롯데월드몰로 넘어왔습니다. 잠실롯데월드몰 맛집 지하에 몰려있습니다. 한식 파는 봉피양, 떠먹는 피자와 샐러드 파스타로 유명한 미즈컨테이너, 푸짐한 양에 남산 돈까스까지 맛집 집합소죠. 후식으로 버터핑거 팬케익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합니다. 찾긴 좀 어렵지만 지하 1층에서 롯데백화점 푸드코트와 인접해 있습니다. 

 

 

버터핑거 자이언트 엘리게이터. 와플과 함께 바나나 딸기 블루베리 복숭아 과일 컴포트와 생크림,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4종이 한데 어우러진 맛의 결정체(이자 칼로리 폭탄)입니다. 네 명이서 먹어도 양이 충분하고 남아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니 여기가 천국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녁 대신 팬케익 먹는 분들도 곳곳에 있더군요. 밤 10시까지 넉넉하게 영업하는데다, 지하철역도 바로 앞이라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나중에 떠올리면 "그때 좋았지"란 생각 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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