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뵙는 전라도 어르신들이 입모아 칭찬하는 음식점이 있으니 바로 잠실 방이동 먹자골목에 오시리또오시리 입니다.
오시리또오시리. 네이밍이 기가 막히죠 ㅎㅎ 아마 전라도에 있었으면 오랑께또오랑께라 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웃음이 났습니다. 서울 따릉이 같은 공유 자전거가 광주에서는 타랑께로 이름붙었다지요. 긍께, 어찌까, 하기사 뭐 그런 사투리들이 제게는 참 친숙해요
실내는 넓고 전 좌석이 테이블이었습니다. 따뜻한 원목과 황토색 장판이 꼭 집을 온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차분한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서빙하는 분들도 모두 한복을 입으신게 한식, 한식 문화에 대한 주인의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반찬은 콩나물 열무김치 동치미 멸치와 나물인데 열무김치는 많이 익어서 호불호가 갈릴 듯 했어요. 약간의 고추장과 물엿으로 버무린 멸치는 밥 반찬이라기보다 술안주에 가까운 맛이었습니다 ~ ㅎ
이날은 저녁 코스 요리를 시켰습니다. 꼬막 비빔밥이 맛있다고 들었지만 처음이니 이것저것 맛보는걸로. 가격은 인당 45000원으로 기억합니다.

첫 번째 타자는 돼지고기 수육과 낙지 탕탕이!입니다. 원래 홍어 삼합이 나와야 하지만 홍어를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돼지고기와 묵은지만 내주시라 부탁했습니다. 군내 없이 잘 삶은 돼지고기는 살코기 7 비계 3 정도였어요. 약간 식어 나왔는데 쫀득쫀득 비계의 식감이 기가 막힙니다. 무엇보다 저 묵은지는 제가 고향에 계신 할머니 집에서 먹던 그 맛과 존똑이라 놀랐습니다. 티 내는 게 아니라 레알 트루 전라도 묵은지더라고요. 새우젓에 작은 게 한 마리 보이시나요? 새우젓을 도매로 직접 받지 않고 마트에서 사면 게도 없거든요. 이미 남도 음식 만들기에 최적화한 유통망을 구축했다는 방증이죠! 이때부터 이 집의 메뉴가 기대되기 시작했습니다.

낙지탕탕이 웨이브를 추는 산낙지 외국인들도 올드보이로 친숙....하진 않겠죠 ㅋ 고소한 참기름과 탄력있는 낙지의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파전과 꼬막이 등장하더군요. 청양고추 아낌없이 넣어 그런지 파전은 매운맛이 좀 셉니다. 이때는 이미 소주 일 잔 기울인 상태라 오히려 더 좋았어요. 꼬막은 벌교 여수에서 먹던 탱탱한 그 맛 그대로였습니다. 보통 전라도(아니 다른 지역도 아마?)는 꼬막을 까 위에 고추, 참기름 더한 간장 소스를 올리는 데 이곳은 그냥 내오더군요. 그만큼 꼬막의 질 자체가 좋습니다. 씨알도 굵고 신선해 그냥 먹어도 짭조름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원래 이 타이밍에 홍어 회& 홍어무침& 홍어찜이 나오는데 저희 테이블에 홍어를 즐기는 사람이 없어 서대로 대채했습니다. 짭쪼름한 게 밥과 술을 부르더군요. 오징어초무침, 말할 필요 없이 맛있습니다. 아주 새콤하지도, 그렇다고 초무침의 멋을 잃지도 않는 딱 오징어초무침의 정석을 보여줬어요. 굿굿!!
전복 두 알을 양파, 파프리카와 함께 버터에 구워낸 버터전복구이. 남도음식 느낌은 아니지만 앞서 나온 짜고, 상큼하고, 매운맛에 더해 고소한 맛까지 채우려는 마음이(너무 포장하나요 ㅋ) 느껴집니다.

화룡점정은 보리굴비입니다. 여름이면 항상 정통 보리굴비 한상이 떠오르는데, 바로 저 녹차 국물 때문이죠. 보리굴비와 밥만을 내오는 곳에 가셨다면 보리굴비 맛을 100% 못 느끼시는 겁니다...ㅎ 시원한 녹차물에 밥을 말고 보리굴비 올리면 짭조름한 굴비 맛에 밥을 뜨고, 시원한 맛에 보리굴비 한점 더 먹는 무한 루프가 이어집니다. 깻잎도, 파래도 딱 좋은 맛이었어요. 정통 남도 한식이 궁금한 분들, 특히 전라도가 고향인 어르신들은 더할 나위 없이 반길 맛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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