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펍(pub) 보다 오래된 호프(hof)에 끌리는 3040 세대입니다😉 그런 곳에서 대화는 진솔해지고 마음은 편안해져요. 20대에겐 이색적인 공간일 테지만, 제겐 젊을 때 찾은 을지로 비어할레도 그렇게 편한 곳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을지로 부영빌딩 뒤쪽으로 들어서면 골목골목 맛집들이 즐비합니다. 등갈비, 쭈꾸미 등등 다양하죠. 1차로 배를 채우고, 2차로 목을 축이고 싶다 생각이 들 때쯤 1층 비어할레가 눈에 들어옵니다.

비어할레는 독일식 맥주집으로 1986년 문을 연 OB타운이 그 효시입니다. 독일어로 "맥주가 있는 음식점"이란 뜻으로, 당시로는 이색적 안주인 찹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죠. 현재는 대학로, 을지로, 광화문, 종로 5가 등 모두 4개 지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비어할레 을지점은 원래 지하철 가까이 있다가 2007년께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하네요. 겉으로 보는 것보다 내부 공간이 어마어마하게 넓습니다. 2층은 200석 단체 손님을 받을 정도로 규모가 큰데요, 주말인데도 손님들로 가득했습니다. 연령대가 50대 이상이 많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아들 딸과 함께 오는 가족 손님도 많았어요. 왠지 정감 가는 모습...ㅎ

1986년 시작할 때 그 메뉴를 아직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1986이 들어간 메뉴는 모둠 소시지도 있고, 독일식 안주에 속하는 학센, 훈제족발도 팝니다. 그렇다고 모두 서양식 안주냐? 아닙니다 ㅎㅎ 치킨, 피자, 떡볶이, 튀김까지 안주가 엄청 다양했어요! 실은 훈제족발도 부추김치(무슨 조합...)와 세트로 판매합니다. 저는 배가 좀 불러 생감자로 만드는 감자튀김을 시켰습니다.

1차는 짐빔 하이볼로 달립니다. 일본 산토리 하이볼 보다 단맛이 좀 강했어요. 근데 짐빔 하이볼은 오랜만이지 않나?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ㅎ 남성보다 여성들이 좋아할 맛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자튀김은 푸짐합니다. 무난하고요. 오랜 친구와 익숙한 맛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무장해제되는 기분입니다.

비어할레 핵심은 생맥주에요. 짐빔 하이볼을 금세 비우고 두 잔째는 생맥주를 고릅니다. 독일 생맥주, 크래프트 비어 등 다양하지만 구 OB타운이니만큼 OB 생맥주를 시켰어요.

비어할레는 맥주 맛을 지키기 위해 운반, 보관은 물론 맥주잔 온도까지 관리한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바(bar) 뒤편이 장식장이 아닌 냉장고처럼 온도 조절이 되더라고요. 수많은 테이블에서 생맥주를 소비하다 보니 오래 묵은(?) 맥주도 없겠죠. 정말 신선하고 시원~합니다. 더워질수록 더 생각나는 맛 ㅠㅜ 다른 맥주, 특히 독일 생맥주가 호평 일색이라 다음에 먹어볼 생각입니다.

2층 흡연구역 흡연실이라 하기엔 너무 예술적으로 꾸며놨더라고요;;; OB타운 시절 비어타워가 전시돼 있습니다. 1986년부터 2007년까지 610만명에게 690만 리터의 맥주를 공급했다니 어마어마합니다. >_< 편하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시원한 생맥주 한 잔 하고 싶을 때 찾아가면 좋을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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