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더입니다. 영화 암수살인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범 강태오(주지훈 역)가 덜미를 잡힌 이유, 기억하시나요. 사진 속에서 찾아낸 여성의 피임 기구인이것을 단서로 결국 완전 범죄의 덜미가 잡히죠. 흔히 루프라고 부르는 자궁 내 피임 장치(IUD)입니다(저는 처음 형사인 형민(김윤석)이 이걸 찾았을 때 옛날 등산 스틱 닮았네라 생각했다는;;)

영화 <암수살인> 중 유해발굴하는 모습, 제작 필름295, 블러썸픽쳐스 출처 다음 영화

자궁 내 피임 장치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미레나(Mirena)입니다. 유튜버 HANA 김하나가 저 이제 생리 안 합니다란 제목으로 올린 미레나 소개 영상은 올해 2월부터 현재까지 조회수 300만건을 돌파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죠. 피임 장치인데 생리 안 하는 거랑 무슨 상관? 궁금하실 텐데요, 미레나는 단순히 임신을 막는 피임 외에도 월경과다, 생리통 등을 치료하는 목적으로도 허가가 나 있습니다. 단순히 피임 목적의 구리 자궁 내 장치와 달리 여성 호르몬과 유사한 성분이 포함돼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거든요.

미레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피임 외의 사용될 있는 자궁 내 장치입니다. 의학적으로 레보노게스트렐 방출 자궁 내 장치라고 부르는데요, 레보노게스트렐은 쉽게 말해 합성 프로게스테론(여성 호르몬)입니다. 레보노게스트렐은 응급 피임약인 ‘레보넬’의 성분이기도 한데,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 내막을 약하게 해서 임신을 막습니다. 다만, 미레나는 호르몬 주사나 먹는 약과 달리 자궁에만 국한해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비교적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미레나 삽입 영상, 출처 유튜브 Carlos Edgar

 

미레나는 길이 32mm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길이에 불과합니다. 자궁 내에서 T자 형태로 펼쳐져 고정되고 5년간 하루 평균 14μg(1μg은100만 분의 1g입니다)의 레보노게스트렐을 자궁강(자궁 속 빈 공간)에 내뿜죠. 레보노게스트렐이 총 양은 52mg입니다. 레보노게스트렐은 자궁 내막 세포 활성도를 낮춰 자궁 내막 조직의 증식을 억제합니다. 자궁은 정자+난자=수정란에서 이 수정란이 붙어살며 아이로 커가는 ‘집’인데요, 자궁내막이 얇으면 거주(착상)하기 어려워 피임이 됩니다. 월경 때마다 떨어져 나오는 내막 조직이 주니 생리량도 줄고, 자궁수축도 덜 돼 생리통도 감소합니다. 이런 변화는 미레나 시술 후 3개월 내에 나타나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레보노게스트렐 분출량이 줄어서 효과가 줍니다. 보통 미레나의 피임 효과는 5, 생리통 완화와 생리량 감소 등의 치료 효과는 3으로 봅니다. 피임 성공률은 99%나 돼요!

미레나는 시술할 때 질을 통해 삽입하는 데, 처음에는 I자 형태로 들어갔다가 내부에서 T자 형태로 펼쳐 고정됩니다. 시술 시간은 3~5분 정도로 짧아 체력적인 부담도 적죠. 미레나를 치료 목적으로 쓸 때는 건강 보험이 적용되는데요 월경 과다증으로 확진된 경우, 생리기간 중 하루 이틀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생리통이 너무 심한 경우, 호르몬 치료 등 치료 목적일 땐 시술 가격이 10~15만 원 정도입니다.

 

반면 피임만을 목적으로 시술할 때는 건강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미레나 시술 가격이 30~40만 원으로 껑충 뛰어요. 단순히 피임 목적에 구리 자궁 내 장치가 15~20만 원 정도 하는 걸 보면 2배 정도 비쌉니다. 미레나 시술 가격은 병원마다 의료법 제45비급여 항목 진료비용의 고지의무에 따라 금액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도록 돼 있으니 확인해보세요. 서울에서도 10만 원 이상 차이가 나니까요.

월경과다와 생리통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죠. 최근 대한의사협회지에 미레나의 부인과 질환에서 치료 효과를 정리한 자료가 실렸습니다. 순서대로 하나씩 정리해 볼게요.

출처 대한의사협회 https://pc.jkma.org/DOIx.php?id=10.5124/jkma.2019.62.8.459

미레나는 연구를 통해 월경과다와 생리통을 완화하는 효과가 검증됐습니다. 기존의 연구에서 미레나 시술을 받으면 3개월째 생리혈이 약 90% 감소했고 6개월 후 95%, 12개월 후 98%가 감소했습니다. 월경 과다를 치료하는 수술인 자궁내막 절제술과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10명 중 1명은 월경과다 치료에 실패하는 데 이 역시 미레나와 자궁내막 절제술에 차이가 없습니다. 반면 미레나는 수술과 달리 나중에 제거하면 임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죠. 먹는 약과 비교해도 효과가 좋고 불편하지도 않아 치료 만족도가 큽니다.

생리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신 경험이 없는 젊은 여성에서 미레나를 1년 동안 사용했더니 생리통을 호소하는 비율이 69.7%에서 51.4%로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경구피임제를 복용한 쪽과 비교했을 때 더 좋은 효과를 나타낸 겁니다. 다른 연구에서도 미레나 시술을 한 결과 생리통이 없는 여성의 비율이 기존 43.7%에서 치료 후 3년에 83.7% 2배쯤 증가했습니다.

그럼 월경과다와 생리통을 유발하는 원인은 무엇이 있고 또 미레나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요. 첫째, 자궁근종입니다. 자궁근종은 자궁에 생긴 혹입니다. 이런 혹이 자궁 모양을 많이 변형시키지 않으면 미레나가 생리혈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3개월째 50%, 12개월째 75%, 3년째 88%가 감소되는데요,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근종 크기가 3cm 이하로 자궁강 변형이 않으면 월경과다가 나타날 때 미레나를 1차 치료법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둘째, 자궁선근종입니다. 자궁근종이 혹처럼 나타나는 것과 달리 자궁선근종은 좀 길~, 보다 넓게 자궁을 두껍게 만드는 병입니다. 이로 인한 생리통과 월경과다 증상을 미레나로 감소할 수 있습니다. 전체 자궁 부피도 25~30% 정도 감소합니다. 우리나라 자궁선근증 환자 47명에게 미레나 시술을 한 뒤 효과를 봤더니 생리혈과 통증이 6개월째부터 급속히 감소했고 36개월까지 효과가 지속됐습니다. 24개월까지는 자궁 부피도 줄었어요.

폐경 후 호르몬 요법 시 자궁내막 보호 효과도 있습니다. 미레나는 폐경 후 호르몬 요법 시 에스트로겐에 의한 자궁내막 증식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용량 등에 관계없이 폐경으로 인한 증상을 개선하고 자궁내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특히 폐경 주변기 여성에서는 간헐적인 배란으로부터의 피임 목적과, 폐경주변기에 흔히 보이는 생리과다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면서, 폐경으로 이행되는 경우 에스트로겐 치료 시의 자궁내막 보호 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특히 권장됩니다.

유방암 환자에게 쓰는 타목시펜 치료 시 자궁내막을 보호할 수도 있습니다. 타목시펜은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작용제로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인 유방암 환자에서 유방암의 재발을 감소시키기 위해 쓰입니다. 타목시펜은 폐경 후 질 출혈, 자궁내막용종, 자궁내막증식증과 자궁내막암의 위험을 증가시키는데요, 미레나는 자궁내막을 강하게 억제하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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