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어르신이 갑자기 성격이 괴팍하게 변하거나 기억력이 떨어질 때, 헛것이 보이고 환청이 들린다며 힘들어할 때 보통 치매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죠. 근데 고치기 어려운 치매와 달리 고칠 수 있는 섬망이라는 질환에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섬망과 치매는 증상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별개의 질환으로 구분해 치료해야 합니다.

첫째는 체력 수준입니다. 섬망을 일으키는 방아쇠는 약한 신체입니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쇠약해지면 뇌도 만신창이가 돼 일시적으로 고장 납니다. 그러면서 잠도 못 자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헛것을 보게 됩니다. 실제로 섬망은 노인들이 큰 수술을 받고 입원할 때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요. 10명 중 1~2명에게 나타날 정도로 흔합니다. 반면 치매는 몸은 약하지 않은데 뇌만 꾸준히 고장 나는 병입니다. 단순하게 최근에 몸이 약해졌다면 고치기 힘든 치매가 아닌 고칠 수 있는 섬망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르신 입원 환자 10~15%는 섬망을 앓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둘째는 증상 기복입니다. 섬망은 급성, 치매는 만성이라 이해하면 쉽습니다. 섬망은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고 빠르게 변합니다. 아침에 멀쩡했는데 저녁이 되니 다른 사람처럼 바뀌는 식입니다. 반면 치매는 증상이 천천히 오래 나타납니다.

셋째는 의식 수준입니다. 오히려 치매가 섬망에 비해 기본적으로 의식이 맑습니다. 치매는 의식이 맑은데 기억력 장애가 오는 것이라면 섬망은 의식이 혼탁해져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겁니다. 노인병 전문가가 꼽은 치매와 섬망 구분법이 있는데요 1. 주의력이 떨어진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 게 두드러진다. 2. 기억력이 떨어진다 3. 이런 증상이 오락가락 나타난다 등 3가지입니다.

섬망은 몸을 약하게 만든 이유를 제거하면 환자 90% 이상은 치료할 수 있습니다. 섬망의 원인은 체력 저하, 폐렴이나 요로 감염 등 염증 반응, 장기 기능 저하, 저혈당, 탈수, 영양 불량, 약물(항우울제, 진정제, 항히스타민제, 마약성 진통제)까지 다양한데요, 원인만 정확히 찾아 치료하면 하루아침에도 나을 수 있습니다. 늦어도 7일 정도면 나아지는 게 보이고요.

섬망을 줄이려면 몸을 쇠약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거하고, 뇌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우선입니다. 병이 있으면 병을 치료하고, 약물이 문제라면 약물을 줄이고, 체력이 약해졌으면 이를 강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죠. 실내를 조용하고 편안하게 만들고,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침구류와 조명을 손보고, 익숙한 물건을 주변에 놓고, 얼굴을 마주하는 보호자나 의료진도 가급적 같은 사람인 게 좋습니다.

섬망 치료를 위해 항정신병 약물을 쓰기도 하지만 가능한 최소 종류를 최소한의 용량과 기간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현재까지 중환자실에서 섬망 발생과 기간을 줄이기 위한 예방적 목적으로 추천되는 약물적 요법 역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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