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더입니다. 한국인의 실명 3대 원인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첫째는 녹내장입니다. 둘째는 당뇨병으로 인해 생기는 망막병증, 마지막은 오늘 다룰 황반변성입니다. 이런 병들은 공통점이 몇 가지 있는데요 나이가 많을수록 잘 걸린다는 것과 망막 질환이란 것이죠.

망막은 눈으론 볼 수 없는 눈 속 기관입니다. 눈을 카메라에 비유하자면 눈 바깥쪽 각막은 렌즈, 망막은 필름과 같습니다. 사진 셔터를 누르면 필름에 상이 맺히는 것처럼 망막도 물체의 상이 맺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망막에는 명암(어둡고 밝음)과 색을 감지하는 시세포까지 많아서 망막이 망가지면 시력도 잃기 쉽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혈액 순환이 안돼 망막도 약해집니다. 노화에다가 만성질환까지 겹치면서 이래저래 눈이 나빠지는 거죠.

눈,,,도 클로즈업 하면 무섭죠. 황반변성을 치료하려면 여기에 주사 바늘을 쭉 넣어야 합니다...ㅠㅠ 

    

황반변성은 이름처럼 황반이 변성되는 병입니다. 황반은 쉽게 말해 망막의 중심부를 가리키는 데요, 여기에 노폐물이 끼거나(건성 황반변성) 비정상적으로 혈관이 자라는 걸(습성 황반변성) 통틀어 황반변성이라고 합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 생기는 황반변성을 연령관련 황반변성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건성 황반변성이 습성 황반변성으로 발전하는데요, 습성 황반변성은 특히 위험합니다. 황반에 혈관이 자라면 나뭇가지가 햇빛을 막아 그림자를 드리우듯 물체 중앙 부위가 안보이거나 뒤틀어져 보이다 결국 시력을 영영 잃게 되거든요.

황반변성은 노화와 관련이 있지만 아직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원인을 모르니 완벽히 치료하는 것도 불가능한 병입니다. 하지만, 레이저로 새로 생긴 혈관을 파괴하거나 눈에 주사를 놔 병의 진행을 막을 수는 있습니다. 치료를 빨리할수록 남은 시력을 보존할 수 있으니 문제가 있으면 얼른 병원에 가시는 게 좋습니다.

이 중에서 오늘 다룰 치료법은 눈 주사 치료입니다. 황반변성 주사는 아바스틴, 루센티스, 아일리아 세 가지가 주로 쓰입니다. 이 중 아바스틴은 대장암 치료제, 즉 항암제입니다. 앞서 습성 황반변성이 나뭇가지가 자라듯이 새로운 혈관이 자라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죠. 암 세포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혈관을 만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바스틴은 새로운 혈관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그래서 한 의학자가 습성 황반변성에도 효과적이지 않을까 해서 써봤다가 정말 좋아 치료법으로 굳어진 사례입니다. 다른 주사 치료제인 루센티스, 아일리아는 아바스틴의 효과가 밝혀진 후 황반변성에 맞춰 분자구조를 작게 만드는 등 개량한 약입니다.

치료 효과는 연구자마다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대게 셋 다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루센티스나 아일리아가 아바스틴을 개량한 약인만큼 신생 혈관을 억제하는 효과가 더 강력하긴 해도 실제 환자에게 써보면 효과가 유사하고 부작용은 모두 적다고 하는 연구가 많습니다. 가장 유명한 게 미국과 영국에서 아바스틴과 루센티스(아일리아는 좀 늦게 개발됐습니다) 효과를 검증한 CATT (Comparison of ARDM Treatment Trial) 연구와 IVAN (Inhibition of VEGF in Age-related Choroidal Neovascularization) 연구인데요, 여기서 신생혈관 치료에 아바스틴과 루센티스는 동등한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아직 아바스틴은 습성 황반변성 치료에는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암 치료에만 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숨은 스토리가 있는데요, 실은 아바스틴과 루센티스는 같은 제약회사에서 만든 약입니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아바스틴이 습성 황반변성에 허가를 받는 게 '제살 깎아먹기'가 되는 겁니다. 나아가 루센티스 가격이 아바스틴에 비해 훨씬 비싸서 이걸 파는 게 더 이득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바스틴이 10~20만원, 보험이 적용되면 루센티스는 10만원이면 맞지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루센티스 가격이 10배까지 뜁니다. 그래서 습성 황반변성에 아바스틴의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안 했고 그러니 허가도 받지 못한 겁니다.

 

아마 황반변성 주사 아바스틴을 맞는 환자라면 지금까지 종합병원 이상 큰 병원을 가야 했을 텝니다. 항암제를 황반변성 치료에 쓰려면 '의학연구심의위원회(IRB)'의 심사라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IRB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소규모 병∙의원은 제도적으로 아바스틴을 사용하기 어려웠죠. 근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환자의 편의를 위해 이런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치료 효과가 입증돼 의사 다수가 "써야 한다"라고 하는 아바스틴 같은 약을 IRB가 없는 동네 병원에서도 처방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했거든요. 아바스틴은 매달 맞아야 하는데, 이때마다 큰 병원을 찾아야 했던 환자들의 불편함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에 앞서 조심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아바스틴을 습성 황반변성 치료에 쓰려면 그대로 못쓰고 용량을 줄여야 합니다. 이렇게 주사를 나눠 쓰는 걸 '분주'라고 하는데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원인이 분주 과정에서 일어난 감염 때문었습니다. 항암제를, 그것도 감염된 항암제를 눈에 직접 넣는다니 아주 끔찍하죠. 그래서 만약 아바스틴을 맞는다면 병원에 무균 시설이나 전문 약사가 있는지 한 번쯤 확인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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