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더입니다. 혈관과 수도관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첫째는 액체(혈관=혈액, 수도관=)가 흐른다는 점, 둘째는 액체가 흐르는 이 상하수도와 동맥, 정맥 등 쓰임새에 따라 나뉘어 있다는 점입니다. , 공통점이 또 하나가 있네요. 써야 할 물이 흐르는 상수도보다 쓰고 난 물이 흐르는 하수도에 무관심한 것처럼, 동맥보다 정맥 건강을 소홀히 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입니다.

동맥은 몸에 세포가 쓰기 전 혈액이, 정맥은 세포가 쓰고 난 혈액이 흐르는 혈관 길입니다. 심장에서 나가는 혈액이 흐르는 건 동맥,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이 흐르는 건 정맥입니다. 동맥과 정맥은 고속도로 상하행선처럼 같이 붙어 있고 혈액이 흐르는 방향만 반대입니다.

파란색 선이 정맥, 빨간색 선이 동맥입니다. 뒤에 vein이 붙은 게 정맥, artery가 붙은 게 동맥입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입니다... 혈관 너무 복잡하네요 ㅎㅎ;;

건강적인 면에서 혈관=동맥은 상식처럼 통합니다. 동맥경화, 관상동맥, 뇌동맥류처럼 동맥이 들어가는 질환은 많이들 알고 계실 거예요. 반면 정맥과 관련한 질환은 아마 하지정맥류가 전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리 정맥에 혈액이 고여 늘어나서 지렁이처럼 구불구불 튀어나오는 병이죠.

하지정맥류는 보기에 흉하지만 흐르는 혈액도 적고, 크게 위험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하지정맥류를 치료할 때는 튀어나온 혈관을 떼거나 막아버려요. 근데 하지정맥류일 때 꼭 신경 써야 할 정맥 질환이 있습니다. 굉장히 위험하면서 치명적인,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으로 불리는 심부정맥 혈전증입니다. 다리 정맥은 피부 안쪽에 있는 심부정맥과 피부 가까운 곳의 정맥인 표피정맥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정맥류는 피부 가까이 표피정맥에 혈액이 몰려 튀어나온 건데요, 이 경우 심부정맥의 상태도 안 좋을 가능성이 큽니다. 고속도로(심부정맥)가 막히면 옆의 국도(표피정맥)로 차(혈액)가 몰려 정체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심부정맥 혈전증일 때는 갑자기 다리가 빨개지면서 심하게 붓습니다. 평소 오래 걷거나 서있어 붓고 아픈 것보다 증상이 훨씬 심합니다. 표피정맥은 직경이 mm 수준인데 심부정맥은 cm 수준으로 넓고 혈액도 훨씬 많이 흐릅니다. 이 안에 혈전이 생겨 떨어져 나가면 정맥 혈관을 타고 둥둥 떠내려가 최종적으로 폐에 닿아요. 부족한 산소를 채운 혈액은 심장을 통해 동맥으로 다시 나오는데요, 이 과정에서 혈전이 폐동맥을 막으면 폐동맥 색전증이란 질환으로 급사할 수 있습니다. 혈전이 폐동맥을 막으면 이 부위 혈압이 정상의 5배까지 높아지는 폐동맥 고혈압이란 병도 유발합니다. 혈관에 시한폭탄이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폐동맥 고혈압의 약 10%가 심부정맥 혈전증 때문에 생깁니다.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정맥 건강이 나빠지기 쉽습니다. 더울 땐 실내라도 걸어보세요.

심부정맥에 피떡(혈전)이 생기는 심부정맥 혈전증은 애초 혈관 건강이 나쁜 경우 잘 생깁니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흡연, 스트레스, 노화 등이 영향을 미칩니다. 80세가 넘으면 50세보다 혈관 문제로 사망할 위험이 여성은 11, 남성은 9배 높습니다. 암도 심부정맥 혈전증 원인이 됩니다. 암 환자 5명 중 1명이 심부정맥 혈전증을 경험합니다. 췌장암, 뇌종양, 위암, 자궁내막암 환자에게 특히 많이 나타납니다. 암 환자는 대체로 나이가 많고, 만성질환도 흔히 앓습니다. 항암이나 호르몬 치료는 물론 암 자체도 혈전 생성의 위험인자입니다.

이것만큼 심부정맥 혈전증의 위험한 게 운동부족입니다. 다리 정맥에서 혈액을 순환시키는 건 판막과 다리 근육입니다. 가만히 누워 있거나 한 자세로 오래 앉아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면 혈액이 정체되고 혈전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란 이름도 비행기를 탈 때 가장 좁은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에서 몇 시간 동안 꼼짝 않고 있을 때 혈전이 잘 생겨 붙은 이름입니다. 깁스를 하다가 생기기도 해요. 자주 걷고, 정 움직이기 힘들면 발목만 움직여도 도움이 됩니다. 고탄력 압박 스타킹을 차는 것도 좋고요. 심부정맥 혈전증은 자기도 모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단 발병하면 바로 항혈전제를 쓰는 응급질환입니다. 다리가 너무 아프거나 심하게 붓는다면 미리 초음파 검사로 정맥 건강을 확인해보세요. 하지정맥류 등 다리 정맥 초음파 검사비용은 양쪽 해서 20만 원 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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